“내 맘 속의 폭력성, 스트라이크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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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3일 03시 00분


초등교 일진이었던 여학생, 야구-축구 배우면서 달라져
스포츠로 학교폭력 예방… SK ‘SQ교실’ 인기 확산

인천 계산여중 학생 50명이 프로야구 SK의 안방인 문학구장 내 스포츠지수(SQ)월드에서 SQ 프로그램 중 하나인 스텝검사를 받고 있다. 스텝검사는 장애물을 오르내릴 때 심박수 변화를 측정해 심폐지구력을 평가한다. SQ는 기초신체검사와 더불어 야구, 스포츠 예절, 심리상담 등을통해 측정하는 신체 및 정신 건강 수치다. 문학구장과 일선 학교에서 실시한 SQ 교육엔 올해에만 1만1428명이 몰렸다. SK 와이번스 제공
인천 계산여중 학생 50명이 프로야구 SK의 안방인 문학구장 내 스포츠지수(SQ)월드에서 SQ 프로그램 중 하나인 스텝검사를 받고 있다. 스텝검사는 장애물을 오르내릴 때 심박수 변화를 측정해 심폐지구력을 평가한다. SQ는 기초신체검사와 더불어 야구, 스포츠 예절, 심리상담 등을통해 측정하는 신체 및 정신 건강 수치다. 문학구장과 일선 학교에서 실시한 SQ 교육엔 올해에만 1만1428명이 몰렸다. SK 와이번스 제공
“초등학교 3학년 때 새엄마는 나를 수시로 괴롭혔다. 아빠는 집안일에 무관심했다. 쌓인 스트레스를 다른 친구를 때리면서 풀었다. 결국엔 가출까지 했다. 그러던 중 초등학교 6학년 때 야구와 축구를 접한 뒤 내 인생이 달라졌다. 운동으로 스트레스 푸는 법을 배웠고 더불어 친구를 만났기 때문이다.”

인천의 A중학교 1학년 김모 양이 프로야구 SK가 운영하는 스포츠지수(SQ) 교실에서 털어놓은 내용이다. 한때 ‘일진’이던 김 양은 내적 불만을 건강하게 해소하는 단체운동을 접하면서 ‘바른생활 소녀’가 됐다. 학교 스포츠의 교화 효과를 보여 주는 사례다.

○ IQ, EQ? 이젠 SQ!

SK 구단은 지난해 서울대 스포츠산업연구센터와 함께 학생의 육체 및 정신 건강 척도인 SQ를 개발했다. SQ는 지난해부터 전국 초중고교에서 시행하는 학생건강관리 프로그램 팝스(PAPS)에 단체운동인 야구와 스포츠 예절, 심리상담 등을 접목해 체력과 정신 건강 상태를 수치로 나타낸다. 지능지수인 IQ, 감성지수인 EQ와 유사한 개념이다.

SK는 지난해 5억4000만 원을 들여 인천 문학구장에 SQ월드를 짓고 홈경기 때마다 수도권 학생들을 초대해 SQ 교육을 해 왔다. 한 달에 한두 번 유명 선수들과 함께 일선 학교를 방문하기도 했다. SQ가 수익사업이 아니지만 프로야구가 많은 사랑을 받는 만큼 이를 사회에 환원하자는 차원이다. 올해는 약 3억 원을 들여 65개교 1만1428명에게 SQ 교육을 했다.

○ 청소년이 건강한 세상을 꿈꾸며


인천 B초등학교 5학년 김모 양은 어머니가 야외 체육활동을 금지하고 공부만 강요해 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올해 SQ교실을 찾은 김 양은 “학교와 학원 숙제에 억눌려 불만이 많았는데 야구를 하면서 친구들과 뛰노니 가슴이 시원해졌다”며 웃었다. 송욱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미국은 어린 시절부터 폭넓은 체육활동을 통해 규율과 협동정신을 가르친다. 학교체육이 확대되려면 근본적으로 입시 위주 교육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SQ의 최종 목표는 전국의 모든 초중고교의 학생건강 측정 척도로 사용되는 것이다. PAPS를 개발한 오자왕 서울대 스포츠산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2, 3년 정도 SQ를 발전시키면 PAPS처럼 일선 학교에 도입할 수준이 된다. 학생의 SQ를 정기적으로 측정해 관리하면 학생 건강 증진과 학교폭력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야구의 뜨거운 인기를 사회에 환원

SK가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한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와 인천시교육청에 업무 협조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반응은 차가웠다. 인천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SQ 관련 공문을 한 번 보낸 게 전부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야구가 국민스포츠로 자리 잡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달 30일 교과부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학교스포츠클럽 지원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스포츠를 통한 학교폭력 방지 방안을 함께 모색하자”고 당부했다. 주명현 교과부 체육예술교육과장은 “교과부가 KBO와 학교폭력 방지 협약을 체결한 만큼 시도교육청과 지역 연고 야구단이 적극적으로 업무 협력을 추진한다면 대환영”이라고 밝혔다. 프로야구는 이제 인기 스포츠를 넘어 건강한 사회를 위한 공공재로 거듭나고 있다.

[채널A 영상] 멋있는 조폭은 없다…망가진 10대 학교 일진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야구#SQ#SK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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