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이긴 ‘사이클 황제’ 암스트롱 신화 결국 약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5일 03시 00분


암 이기고 투르 드 프랑스 7연패한 美 암스트롱
우승 박탈-상금 회수 예정… “혐의 인정 아니다… 오랜 싸움에 너무 지쳤을 뿐”

‘전설의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이 과거에 참가했던 국제대회에서 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 1998년 8월 이후 받은 상을 모두 박탈당하고 스포츠계에서 영구 제명됐다.

미국반도핑기구(USADA)는 1990년대부터 약물 복용 혐의를 받아온 암스트롱에 대해 조사한 결과 국제사이클연맹이 금지하는 에리스로포이에틴(EPO) 등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USADA는 암스트롱이 참가했던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의 동료 선수 등 10여 명의 증언과 2009년과 2010년 암스트롱의 혈액샘플 검사 등을 토대로 혐의를 확인했다.

암스트롱 측은 조사 결과에 불복해 미국 텍사스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암스트롱은 USADA의 조사 결과와 증인들의 증언은 ‘불공정한 마녀사냥’이라며 자신은 20년이 넘는 사이클 인생 동안 500∼600번의 도핑 테스트를 받았지만 단 한 번도 양성반응을 보인 적이 없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텍사스 연방법원은 21일 암스트롱 측의 소송을 기각했다.

기각 판결이 나온 뒤 암스트롱은 더이상 항소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USADA는 판결 이틀 후인 23일 ‘투르 드 프랑스’ 대회 7개의 타이틀과 시드니 올림픽(2000년) 동메달을 포함해 1998년 8월 1일 이후 얻은 모든 수상 실적을 박탈하기로 했다. 그가 대회에서 얻은 상금도 모두 회수된다. USADA는 암스트롱이 앞으로 사이클 경기에 출전하는 것은 물론 사이클 코치 활동도 금지했다.

USADA는 도핑문제를 관장하는 기관으로 금지약물을 복용한 선수에 대한 출장 정지와 함께 수상 실적 박탈권도 갖고 있다. USADA는 23일 성명을 통해 “오늘은 스포츠와 스포츠 영웅들을 사랑하는 우리 모두에게 가장 슬픈 날”이라며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일단 이기고 보자는 식의 가슴 아픈 스포츠 문화가 드러난 단적인 예”라고 밝혔다. 이어 “암스트롱의 약물 투여 사실을 적발한 것은 우리 후손들에게 약물 사용 없이 정정당당하게 경쟁해야 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암스트롱은 “내가 항소하지 않은 것은 도핑 혐의를 인정하기 때문이 아니라 오랜 법적 공방으로 지쳤기 때문”이라며 “나와 내 동료뿐 아니라 내 반대편에 서 있는 모두가 투르 드 프랑스 7차례 우승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더이상 이 문제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암 환자 지원사업에 전념하겠다”고 덧붙였다.

암스트롱은 그동안에도 지속적으로 약물 복용 의혹을 받아왔다. 암스트롱의 전 동료인 타일러 해밀턴은 2011년 미 CBS의 시사프로그램 ‘60분’에 나와 암스트롱이 1999년 투르 드 프랑스 대회와 2000, 2001년 대회를 준비할 때 금지약물인 EPO와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채널A 영상] ‘사이클 황제’ 암스트롱 “그래도 내 업적은 남는다”

: : 에리스로포이에틴(EPO) : :

적혈구 생성을 촉진해 산소운반 능력을 증가시킴으로써 피로를 줄이고 지구력을 향상
시킨다. 소변검사에서 적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육상 사이클 선수들이 불법 투여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과다 투여하면 심장마비 등을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랜스 암스트롱#사이클#사이클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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