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호준의 방망이가 불을 뿜고 있다. 올 시즌 102경기에 출장해 18홈런 65타점을 기록 중이다. 특히 8월에만 5홈런 20타점을 쓸어 담았고, SK는 그 덕에 15승을 챙겼다. 이호준은 벌써 프로 19년차다. 2003년과 2004년, 2년 연속 30홈런-100타점을 기록할 때가 전성기다. 그러나 2008년 무릎수술 이후 타격감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올 시즌 그의 부활은 깜짝 놀랄 만하다. 우리나이로 37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4번타자로 돌아왔다. 그리고 40세까지 후배들과 함께 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뛰자! 뛰어야 산다!
-8월 들어 더 좋아진 것 같다.
“모처럼 성적이 좀 나네요. 몸 컨디션이 좋아진 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몸 컨디션은 무릎을 말하는 건가?
“무릎도 좋아지고, 몸에 스피드가 생긴 것 같아요. 제 나이 되면 배트 스피드가 떨어지는데, 저는 다시 좋아졌어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그동안 안했던 것을 하기 시작했어요.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이죠.”
-뛰는 것 싫어하잖아?
“많이 싫어하죠. 근데 올해는 팀훈련 외에 찾아서 뛰고 있습니다. 다 박정환 코치 덕분이죠. ‘형, 하루에 전력으로 단거리 7번만 뛰면 배트 스피드가 살아난대요’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력으로 매일 뛰었나?
“얼마나 제가 안타까웠으면 그랬겠나 싶었어요. ‘그래 한번 해보자’, 뛰는 것 제일 싫어하는 놈이 뛰기 시작한 거죠. 일주일에 5번을 뛰었어요. 30m를 뛰기도 하고, 컨디션 안 좋을 때는 70m를 뛰었어요. 박정환 코치가 감시도 하더라고요.”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히 했다고 들었다.
“저는 원래 웨이트를 안 해요. 단체훈련 때도 설렁설렁 대충했죠. ‘힘 좋은데 무슨 웨이트를 하냐’고 말하곤 했어요.”
-그런데 왜?
“트레이닝 파트에서 ‘웨이트를 안하면 무릎이 버티지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2003년에 딱 한번 웨이트를 열심히 한 적이 있어요. 그때 30홈런 쳤죠. 그리곤 안했어요. 올해는 하체 5가지, 상체 2가지로 꾸준하게 했어요. 올해 그나마 야구 좀 하는 게 러닝과 웨이트 덕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전력분석 때 잤어요!
-요즘 전력분석을 열심히 한다며?
“살려고 하니까 그렇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저를 믿고 타석에 섰는데 이제는 좀더 알려고 하죠. 앞타자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최정 타석이나 상대팀 중심타자 타석 때 어떻게 던지는지 다 관찰해요.”
-SK 전력분석이 가장 뛰어나잖아?
“물론 참고는 하지만 그대로 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제 생각대로 해요. 어떨 때는 맨 뒤에서 잘 때도 있었죠. 이젠 제가 찾아서 정보를 얻으려고 합니다.”
-최정 같은 20대 선수들에게 전력분석은 어떤 의미인가?
“최정은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고 하죠. 전력분석 때 저처럼 가끔 잘 때도 있고요. 물론 ‘눈감고 다 듣는다’고 하죠. 참고만 해야지. 극단적으로 신뢰를 하면 발전이 없어요. 최정은 몸쪽공 치지 말아야 한다고 할 때 몸쪽공 쳐서 홈런 때려요.”
○기계볼을 매일 수백개씩 쳤다!
-초반 출발은 좋지 않았다.
“대타로 몇 번 나가고 솔직히 별로 한 게 없었죠.”
-4월 27일 처음 4번타자로 나갔잖아?
“그날부터 지금까지 4번을 치고 있네요. 삼성전인데 첫 홈런 치고, 3안타 치면서 팀 4연패를 끊었어요.”
-시즌 초에는 맘고생이 심했겠다.
“미국 스프링캠프 못 갔고, 페이스도 늦었죠. ‘실력으로 인정도 못 받고, 이렇게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매일 기계볼을 수백개씩 쳤다고 들었다.
“선배들이 제 나이 때 구단과 불화, 감독과 불화를 겪으며 안타깝게 유니폼 벗는 것을 많이 봤어요. 선배들을 보면서 ‘나는 꼭 멋지게 마무리를 해야지’, 그런 생각을 많이 했죠.”
-그래서 기계볼을 쳤나?
“시합 못 나간다고 술 먹고 놀고 마음 풀어지면 끝이에요. 기계볼을 최대한 빠르게 해놓고 치기 시작했어요. ‘배트 스피드를 찾아야 내가 살 수 있다’고 생각했죠.”
○예전의 타격폼을 되찾았다!
-타격폼이 달라졌다.
“감독님이 하루는 ‘4번타자가 툭툭 치는 것은 좋지 않다. 죽어도 좋으니 4번타자 스윙을 해라’고 하셨어요. 제 생각도 마찬가지거든요. 예전에는 그렇게 하고 싶어도 무릎이 아파서 힘들었어요.”
-홈런이 벌써 18개다. 20홈런도 무난하겠어.
“다시는 20홈런 못 칠 줄 알았어요. 끝까지 집중해야죠.”
-두 번이나 무릎수술 했잖아?
“타격할 때 하체 힘을 제대로 실을 수가 없었어요. 김성근 감독께서 저보고 ‘타격폼을 바꾸자’고까지 하셨죠. 자꾸 상체 중심의 타격이 되곤 했는데, 올해는 무릎이 안 아프니까 공을 좀더 뒤에 놓고 쳐요. 수술 이후 처음 이렇게 치는 것 같네요.”
○두 번째 FA, 솔직히 겁나기도 합니다!
-올 시즌이 끝나면 두 번째로 FA(프리에이전트)가 된다.
“제가 FA 첫해였던 2008년 무릎수술 하고 제대로 팀에 보탬을 주지 못했거든요. 힘든 시간이었고, 무엇보다 후배들에게 도움을 못줘서 미안했죠. 솔직히 또 FA가 된다는 게 겁도 납니다.”
-올해 야구 잘하는 것을 보고 ‘FA로이드’ 때문이라고 하는 팬도 있다.
“충분히 그럴 만하죠. 하지만 해마다 잘하고 싶은 게 선수 심정이죠. 잘하고 싶다고 해서, 또 열심히 한다고 해서 다 성적이 나는 것도 아니고요.”
-벌써 19년차다. 몇 년 더 선수생활이 가능한가?
“앞으로 3년 생각하고 있습니다. 40살까지요. 몸도 좋고 자신감도 생겼고, 또 올해처럼 작은 것들을 챙겨서 한다면 충분할 것 같네요.”
-은퇴할 때까지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1000타점이요. 꼭 해내고 싶어요. 300홈런도 꿈이지만 좀 힘들 것 같고요.”
-올해 SK는 또 한국시리즈에 갈 것 같은가?
“고비를 넘기고 좋은 분위기를 다시 찾았으니까 또 한번 가봐야죠.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기대해도 좋습니다.”
이호준은?
▲생년월일=1976년 2월 8일 ▲키·몸무게=186cm·95kg(우투우타) ▲출신교=중앙초∼충장중∼광주일고 ▲프로 경력=1994년 해태 입단∼2000년 6월 SK 이적 ▲2012년 연봉=2억5000만원 ▲2012년 성적(28일 현재)=102경기 339타수 103안타(타율 0.304) 18홈런 65타점 1도루 ▲통산 성적(28일 현재)=1453경기 4698타수 1317안타(타율 0.280) 242홈런 854타점 48도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