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이라도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다른 선수들 생각도 비슷했죠. 조 편성이 최악이었으니까. 작년 세계선수권 1∼4위가 우리 조에 다 있었잖아요. 그런데 첫 경기를 이겼어요. 다음 경기를 또 이겼죠. 그리고 8강, 4강까지…. 최선을 다했어요. 후회는 없어요.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메달을 못 땄습니다. 꼭 땄어야 했는데…. 그래야 핸드볼을 좀 더 알리고 팬도 늘어났을 텐데…. 아쉬운 게 있다면 그것 하나뿐이에요.”
2012년 런던 올림픽을 통해 올림픽 무대를 처음 밟은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권한나(23·서울시청). 그는 “비인기 종목의 대명사처럼 돼버린 핸드볼 홍보에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강재원 여자 핸드볼 대표팀 감독은 스페인과의 3·4위 결정전에서 패한 뒤 “메달을 따지 못해 국민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올림픽에 나가기만 하면 메달은 당연히 따는 줄 아는 여자 핸드볼이라 이번 대회 노메달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탓도 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런던 대회까지 올림픽에 8번 출전해 모두 4강 이상의 성적을 냈다. 4위에 그쳤던 2000년 시드니 대회와 올해 런던 대회를 빼고는 매번 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동안 올림픽에서 딴 메달만 금 2개, 은 3개, 동메달 1개다.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동메달을 땄다고 뻐근할 정도의 환대를 받는 축구를 보면서 ‘그동안 우리는 뭐였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한 핸드볼인의 하소연도 있다.
“너무 많은 선수가 다쳤어요. 나중에는 바꿔줄 선수가 없어 계속 뛰다보니 다들 체력이 바닥났죠. 부상 선수들만 없었다면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금메달은 몰라도 동메달은 틀림없이 땄을 겁니다.”
권한나는 부상 선수가 연이어 나와 100% 전력으로 싸우지 못한 게 계속 머리에 남았다.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 때 팀의 기둥인 김온아(인천시체육회)가 무릎을 크게 다쳐 전력에서 빠졌다. 프랑스전 때는 정유라(대구시청)가 무릎을 다쳐 실려 나갔다. 노르웨이와의 준결승에서는 심해인(삼척시청)이 손목 부상으로 코트를 떠났다. 조별리그 때 교체 선수로 간간이 뛰던 권한나는 부상자 속출로 8강전부터 출전 시간이 크게 늘었다. 그는 8강전(6골)과 준결승전, 3·4위 결정전(이상 7골)에서 모두 팀 내 최다 득점의 활약으로 버팀목 역할을 했다. 그는 “부상자가 많다고 그대로 주저앉으면 그동안 고생한 게 허무할 것 같아 죽기 살기로 뛰었다”고 했다.
“런던 시내 관광요? 너무 힘들고 지쳐서 어디를 가볼 엄두가 안 나던데요. 하루 종일 방에서 푹 쉬었어요.” 지난달 12일 3·4위 결정전이 끝나고 14일 귀국할 때까지 런던 시내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지만 권한나는 선수촌 숙소를 벗어나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도 대부분 그랬다. 그만큼 힘들었다.
“눈물요? 안 나던데요. 져서, 메달을 따지 못해 분한 생각은 들었는데 눈물은 안 나더라고요. 고참 언니들이 많이 울었죠. 언니들한테는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이었으니까. 하지만 저는 아직 기회가 많이 있잖아요. 4년 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웃어야죠. 세대교체를 이뤄 나간 이번 올림픽에서 4년 뒤의 희망을 봤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말에 또 힘을 내야죠.”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