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영은 2일 영국 런던 왕립포병대 사격장에서 열린 2012 런던 장애인올림픽(이하 패럴림픽) 사격 혼성 10m 공기소총 입사(SH2·경추장애) 결선에서 합계 705.5점으로 우승했다. 2000년 시드니에서 스웨덴의 토마스 요한손이 세운 704.3점을 12년 만에 갈아 치운 패럴림픽 신기록이다. 600점 만점으로 예선을 공동 1위(3명)로 통과한 강주영은 결선에서 만점(10.9점) 한 발을 포함해 10.8점을 두 차례나 쏘는 등 10발 모두 10.1점 이상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했다. 이날 강주영의 옆에는 아내 이윤경 씨가 보조요원으로 함께해 기쁨이 더했다. 손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경추장애 사격선수들은 실탄 장전 등 발사 이전에 필요한 일을 도와주는 보조요원을 둘 수 있다. 2008 베이징 패럴림픽 이 종목에서 우승했던 이지석(38)은 2연패를 노렸지만 아쉽게도 예선 통과에 실패했다.
스포츠 마니아였던 강주영은 대학시절 다이빙을 하다 크게 다쳤다. 전신마비 증세가 한동안 계속됐지만 꾸준한 재활을 통해 간신히 상체를 쓸 수 있게 됐다. 1992년 휠체어탁구를 시작한 그는 2002년 우연히 장애인 사격을 접한 뒤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2006년에 출전한 4개 국내대회 예선에서 모두 600점 만점을 기록하며 주위를 놀라게 했던 그는 한동안 장애인체육 행정가로 활동하기 위해 총을 놨다. 하지만 다시 선수로 복귀한 지 얼마 안돼 비공인 세계기록(707.2점)을 세우는 등 런던 패럴림픽 메달을 준비해 왔다.
사격대표팀 이연국 감독은 “강주영은 오른손을 쓰지 못해 왼손으로 격발을 하는 등 사격의 정석과는 거리가 멀어 다른 선수보다 훨씬 불리하다. 그럼에도 엄청난 노력으로 이 모든 것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지적장애 탁구선수 손병준(17)은 엑셀 런던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개인전 TT11(지적장애) 준결승에서 폴란드의 파웰 올레야르스키에 3-1(9-11, 11-5, 11-7, 12-10)로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해 은메달을 확보했다. 지적장애 종목은 2000 시드니 패럴림픽 때 처음 생겼지만 당시 휠체어농구에 나왔던 스페인 선수들이 지적장애가 아닌데 출전한 것이 밝혀져 폐지됐다가 이번 대회에서 부활했다. 결승전은 3일 열린다.
육상에서는 전민재(35)가 여자 200m T36(뇌성마비)에서 31초08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땄다. 전민재는 2008 베이징 패럴림픽 같은 종목에서 4위, 100m 6위에 그쳤던 아쉬움을 털어내며 이번 대회 한국 육상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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