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구단 직원이 조동건(26)에게 장난 섞인 투로 말했다. 스플릿시스템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우등반’ 그룹A에서 매 경기 결승전과 진배없는 14경기가 펼쳐진다. 경기당 1골 씩 넣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꼭 득점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활약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조동건은 올 시즌 수원의 공격력 보강을 위해 성남에서 영입됐다. 측면과 중앙을 두루 소화하는 파괴력 있는 공격수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4월11일 포항전에서 쇄골 부상을 당했다. 3개월의 공백. 올 시즌 출전한 9경기에서 단 1골도 넣지 못했다. 수원도 시즌 초반 줄곧 선두를 달렸으나 3위까지 떨어졌다. 선두 서울과는 승점 11점 차. 6일 강릉 훈련장에서 만난 조동건은 “멋진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수원 삼성을 위해
-쇄골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수원 이적 후 몸도 좋고 의욕도 있었다. 시즌 초반 다치는 바람에 아쉬움이 크다.”
-재활까지 3개월이 걸렸다.
“이번 부상은 유독 좋지 않았다. 쇄골 쪽으로 넘어졌는데 어깨 쪽에서 소리가 크게 났다. 근육 찢어졌다고 생각했는데, 후반 나설 때 많이 아팠다. 병원에 가니 골절됐다고 했다.”
-오른쪽 정강이 피로골절로 오래 고생했고 이번에도 그렇다. 부상과 악연이 깊은데.
“한해 다치고, 한 해 하고, 이런 게 있는 것 같다.(웃음) 의욕이 과할 때 부상으로 이어졌다. 항상 조심하고 신경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부상 중 수원이 저조했다.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해 많이 미안했다. 팀이 7월 들어 최악의 부진을 겪어 7월26일 광주 전에서 투입됐다. 팀이 좋을 때 들어가면 부담이 덜한데, 팀도 안 좋고, 저도 안 좋은 상태라 마음이 무거웠다. 보여드린 것이 없다. 동료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윤성효 감독이 스플릿시스템을 위해 아끼겠다고 했는데.
“복귀하고 3∼4경기에 나섰는데 부진했다. 몸 상태도 확신할 수 없고 자신감도 떨어졌다. 지금은 준비가 됐다. 부상 없이 14경기 잘 해나갈 것이다.”
○곧 태어날 2세를 위해
-결혼하니 어떤 점이 좋은가(조동건은 작년 12월 결혼했다).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된다. 안정적이기도 하고. 쇄골 부상당한 날,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진통제를 챙겨오지 못했다. 아내가 임신하고 몸도 무거운데 병원까지 가서 챙겨다 줬다. 그런 부분이 고맙다.”
-임신한 지 얼마나 됐나.
“10월이 출산 예정 달이다. 입덧이 한창 심할 때 부상으로 누워만 있으니까 많이 미안했다.”
-부상으로 아내가 놀랐을 텐데.
“아내가 올 시즌 첫 경기를 보러 왔는데 하필 그날 다쳤다. 많이 놀랐다.”
-서로 고생했을 것 같다.
“누워 있으면 쇄골이 너무 아파서 앉아서 자곤 했다. 그래도 가끔 누워 자면 혼자 일어나지 못해 곤하게 자는 아내를 깨웠다. 임신하면 잠도 많은데.”
-오랜 연애 끝에 결혼했다.
“사람이 착하고 배려심이 깊어 나를 위해주고 잘 챙겨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2009년 시즌 마치고 오른쪽 정강이 피로골절로 수술했을 때도 항상 챙겨주고 간호해 줬다.”
-아내가 늘 부상 걱정하겠다.
“부상 많다보니 다치지 말라는 얘기를 많이 해준다. 잘 하라는 얘기는 거의 없다.”
-첫 골 넣으면 특별한 세리머니라도 해야겠다.
“이전에도 아내를 위해 세리머니도 하고 했는데 잘 모르더라.(웃음) 첫 골을 넣으면 아내와 태어날 아기를 위해 뭔가 하고 싶다.”
-개인적인 목표는.
“구단에서 14경기 14골을 얘기한다. 마음으로는 20골도 넣고 싶다. 최선을 다할 것이고, 경기장에서 보여드리겠다. 그리고 그 때 다시 웃으며 인터뷰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