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기태 감독은 12일 잠실 SK전 9회말의 투수 대타 기용에 대해 ‘자존심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SK의 투수교체는 승패를 떠나 ‘LG를 무시하는’ 행위였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다. 그러나 LG를 응원하기 위해 잠실구장을 찾은 약 7000명의 팬들 앞에서 경기를 포기하는 모습은 옳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1990년대 만해도 LG는 부러울 것이 없는 팀이었다. 1990년과 1994년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강팀이었다. 여기에 이상훈 유지현 서용빈 김재현 등 숱한 스타플레이어를 거느린 최고 인기팀이기도 했다.
그러나 영광의 시대는 먼 옛날 얘기가 돼버렸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끝으로 단 한 차례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프랜차이즈 스타들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적하거나 은퇴했다. 잦은 감독 교체, 선수간 갈등 등 반갑지 않은 소식들이 주를 이뤘다. LG서 빛을 보지 못한 선수들이 이적 후 스타로 발돋움하는 일은 하나의 레퍼토리가 됐다. 90년대 최고 구단이 이제는 ‘지는 팀’, ‘유망주들이 가장 꺼리는 팀’, ‘감독들의 무덤’으로 전락했다.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에 ‘자존심 논란’까지 겪고 있는 LG의 2012년 가을은 우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