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지휘봉을 잡은 기간은 올해를 포함해 5시즌. 그러나 매해 고난의 연속이었다. 구단 지원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꿋꿋이 현장을 지켰고, 주축 선수가 팔려가는 아픔 속에선 오히려 프런트의 ‘방패막이’ 역할도 했다. 돌이켜보면 올 시즌이 그나마 구단의 지원을 받은 유일한 해였지만, 결국 ‘기대이하’의 성적을 거뒀다는 구단의 판단에 따라 전격 경질의 시련을 맞았다.
김시진 전 감독은 2007년 현대 감독에 취임하며 처음 지휘봉을 잡았다. 모기업의 지원이 거의 끊긴 가운데 LG로 이적한 김재박 전 감독의 뒤를 이었다. 팀 해체를 눈앞에 둔 ‘시한부 감독’으로 1년을 보낸 그는 1년간의 야인생활을 거쳐 2009년 히어로즈의 제2대 사령탑으로 현장에 복귀했고,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6위∼7위∼8위의 하위권 성적을 전전했다.
김 전 감독이 나름의 성과를 냈다고 평가한 구단은 지난해 초 일찌감치 ‘3년 재계약’을 발표했다. 이 계약 역시 이번의 전격 경질 못지않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만큼 김 전 감독에 대한 구단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단 수뇌부는 재계약 첫 시즌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과거와는 180도 다른 결단을 내렸다.
온화하고 합리적 성품의 김 전 감독은 8개 구단 감독 중 최고령이자, 가장 오래 자리를 지킨 감독이었지만 ‘팀 체질 개선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구단의 방침에 따라 결국 옷을 벗었다. 김 전 감독의 ‘사령탑 5년’은 어두운 터널의 연속이었고, 마침내 터널 끝에 이르렀다는 게 주변 판단이었지만 구단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