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히어로즈 시절부터 4년째 넥센을 이끌어온 김 감독은 끝내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팀을 떠났다.
김 감독은 시즌 직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 시즌 성적에 내 감독 인생이 달려 있다. 반드시 4강권에 올라 2013년 우승을 위한 교두보를 만들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넥센은 올 시즌을 위해 거액을 투자했다. 시즌 전 이택근을 3년간 총액 50억 원에, 김병현을 1년간 16억 원에 데려왔다. 재도약에 대한 강한 의지였다.
넥센은 전반기를 단독 3위(40승 2무 36패)로 마치며 창단 첫 4강의 꿈에 다가가는 듯했다. 하지만 후반기에 14승 26패에 그치며 6위까지 추락했다. 이택근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에 시달린 탓이다. 특히 이달 3승 9패로 회생의 조짐이 보이지 않자 구단이 칼을 뽑아들었다. 넥센 관계자는 “올해 여러 가지 호재가 많았는데 지난해와 달라진 게 없다. 팀이 가장 힘을 내야 하는 시기에 벤치에서 힘을 제대로 못 보여줬다. 내년에는 올해와 다른 그림을 그리고자 강수를 뒀다. 시즌 도중 감독을 교체한 것은 후임을 물색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갑자기 해고 통지를 받은 김 감독의 지도자 역정은 비운의 연속이었다. 김 감독은 2006년 시즌 후 무너져가는 ‘현대 왕조’의 사령탑으로 감독 인생을 시작했다. 하지만 현대는 2007년 시즌을 끝으로 해체됐고 현대의 후신으로 2008년 창단한 히어로즈는 첫 사령탑으로 이광환 전 감독을 택했다. 김 감독은 2009년 다시 히어로즈 지휘봉을 잡았지만 고난은 계속됐다. 구단이 주력선수를 팔아 빈약한 재정을 근근이 꾸려간 탓에 힘겹게 선수단을 이끌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이택근을 LG로, 장원삼을 삼성으로, 이현승을 두산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넥센은 성적도 6위(2009년)-7위(2010년)-8위(2011년)로 점점 하향곡선을 그렸다.
넥센 이장석 사장은 김 감독의 임기가 1년 남은 지난해 3월 일찌감치 추가로 3년 재계약하며 굳건한 신뢰를 보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성적이 좋지 않자 재계약 첫해를 넘기지 않고 단칼에 잘라 버렸다.
넥센 조태룡 단장은 후임 감독에 대해 “내부 승진이나 외부 영입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했다. 넥센은 김성갑 수석코치를 감독대행 삼아 올 시즌 남은 15경기를 치른다.
한편 팬들은 넥센 공식 홈페이지에 수백 개의 글을 남기며 김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에 항의했다. 한 누리꾼은 “선수 팔아먹을 때도 참았는데 이번엔 못 참겠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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