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SK와 KIA의 경기가 열린 문학구장. SK 최정은 1회 선제 솔로포를 날렸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모두 더그아웃에서 나와 최정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하지만 한 사람만 홀로 더그아웃에 남아 있었다. 이만수 감독이었다. 1-2로 뒤진 3회 박진만이 동점포를 쏘아 올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감독은 평소 누구보다 감정 표현에 적극적이다. 그런 그가 최근 극도로 절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일 발생한 ‘투수 대타’ 사건 때문이다. 당시 김기태 LG 감독은 이 감독의 투수 운용 방식에 항의해 9회 공격에서 신인 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내세웠다. 김 감독은 그동안 이 감독이 경기 도중 과장된 감정 표현을 한 것에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독은 평소 감정 표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역 시절부터 홈런을 치면 포효하는 ‘헐크’ 세리머니를 했다. 지도자가 됐다고 갑자기 근엄해지는 건 내 성격과 맞지 않다. 미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선수들에게도 호수비를 하면 적극적으로 ‘액션’을 취하라고 당부하는데 잘 안 된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 감독의 세리머니가 무조건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적정선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일성 KBSN 해설위원은 “끝내기 결승타가 나오면 감독도 세리머니를 하며 기뻐할 수 있다. 그러나 크게 앞선 상황에서 홈런이 나올 때도 과한 액션을 보이는 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프로야구 전문가 민훈기 XTM 해설위원도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메이저리그 감독도 이 감독처럼 강한 표현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상대 팀에 대한 배려는 기본”이라고 했다.
이 감독이 강한 세리머니를 하는 이유는 선수단 사기를 고양시키고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이 감독 같은 ‘스타일리스트’도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감독이 주장해 온 ‘새로운 감독 문화 개척’에 성공하려면 세리머니에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 지혜를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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