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나이트, 그가 뜨면 넥센의 밤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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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7일 03시 00분


굿 나이트! 넥센의 외국인투수 나이트는 미국 일본 한국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그래서인지 매사에 서두르는 법이 없다. 선발 등판일에도 더그아웃에 앉아 느긋하게 영자신문을 읽는다. 나이트가 25일 서울 양천구 목동야구장에서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한 채 밝게 웃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굿 나이트! 넥센의 외국인투수 나이트는 미국 일본 한국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그래서인지 매사에 서두르는 법이 없다. 선발 등판일에도 더그아웃에 앉아 느긋하게 영자신문을 읽는다. 나이트가 25일 서울 양천구 목동야구장에서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한 채 밝게 웃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어라? 올 시즌 최고의 투수가 스스로를 ‘생계형 투수’라 한다. “야구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꿈을 이루고 싶다” 같은 거창한 말은 없다. 오히려 “단순히 야구가 좋아서 한다는 건 거짓말이다. 난 공짜로는 안 한다”고 단언한다. 이 사람, 참 가식 없고 솔직하다. 25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넥센의 에이스 브랜든 나이트(37)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 15패 투수에서 15승 투수로

나이트는 올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26일 현재 다승 공동 1위(15승 4패), 평균자책 단독 1위(2.28)다. 지난 시즌 최다 패(7승 15패) 투수의 성적이라곤 믿기지 않는다. 2010년 말에 수술했던 오른쪽 무릎이 깨끗이 나은 덕이다.

그는 “지난해 재활을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했다. 그런데 수술한 오른 무릎은 못 쓰다 보니 왼 무릎이 더 커져 투구 폼이 무너졌다. 하지만 올해는 몸의 균형을 찾았고 자연스레 제구력이 좋아졌다”고 했다. 나이트는 지난 시즌 98개에 달했던 볼넷이 올 시즌 53개로 줄었다.

넥센은 내년에도 나이트와 재계약 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나이트에게 관심이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일단 현재 그의 마음 속 1순위는 넥센이다. 그는 “넥센은 내가 2010년 8월 삼성에서 방출됐을 때 가장 먼저 손을 내밀었다. 팀 동료도 좋고 집도 목동구장에서 걸어 다닐 정도로 가깝다”며 애정을 보였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나이트가 아내와 세 아들을 부양하는 가장이란 사실이다. 그는 “내 나이가 되면 경제적 능력이 중요하다. 가족을 부양하려면 연봉도 고려해야 한다. 일본 스카우트들이 관심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직접 제의를 받은 건 없다”고 했다. 나이트의 올 시즌 연봉은 27만 달러(약 3억 원)다.

○ 더그아웃에서 신문 읽는 투수

나이트가 야구장에 올 때 항상 옆구리에 끼고 오는 게 있다. 바로 신문이다. 그는 경기 시작 전에 더그아웃에 느긋하게 앉아 신문을 읽는다. 그게 그가 긴장을 푸는 방식이다. 그는 2003년 일본에서 뛸 때부터 더그아웃에서 신문을 봤다.

읽는 신문 종류도 다양하다. 한국에서 발행된 영자신문과 미국 신문을 고루 본다. 그는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5를 예로 들어 여러 신문을 보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 필자가 쓰는 영자신문은 아이폰5에 대해 비판적인 반면 미국 신문엔 아이폰5가 훌륭하다고 나온다. 여러 신문을 보면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을 배울 수 있어 좋다.” 참 똑똑한 선수다.

○ “강정호 류현진, 미국서 통한다!”

나이트는 한국 미국 일본의 프로야구를 두루 경험했다. 200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2003∼2005년엔 일본 무대를 밟았다. 한국 생활도 어느덧 4년째다. 그런 그에게 해외에서 통할 만한 한국 선수를 물었다. 그는 바로 팀 동료 강정호를 꼽았다.

“강정호는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통할 만한 터프가이다. 공격과 수비 모두 수준급이다. 스물다섯 살의 젊은 나이여서 발전 가능성도 크다. 특히 그는 4.5툴을 갖췄다(5툴은 정확한 타격과 파워, 수비, 송구, 주루 능력을 의미). 달리기 능력이 조금 부족해 0.5를 뺐다.”

그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한화 류현진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류현진은 미국에 가면 3, 4선발은 할 것이다. 그는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은 해내는 성격이다. 특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나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에서 더 강했다. 미국 무대가 쉽진 않다. 1번부터 9번 타자까지 모두 거포다. 난 류현진이 그걸 극복할 능력이 있다고 확신한다.”

올 시즌 나이트의 변신엔 그의 가족도 큰 역할을 했다. 나이트의 아내와 세 아들은 5월 초 미국에서 한국으로 이사 왔다. 그는 경기가 없는 월요일이면 브랜든 주니어(6), 배스티언(4), 벤저민(2)의 가정교사로 변신한다. 자식 이야기를 할 때 그의 얼굴은 한없이 밝아졌다. 그는 가족이 있기에 수많은 실패를 겪으면서도 야구를 놓지 않았다. 그런 나이트는 올해 가족과, 동시에 목동을 지키는 ‘기사(Knight)’로 거듭났다. 나이트가 있기에 그의 아내와 세 아들도, 목동 팬도 ‘굿 나이트’(good night)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프로야구#넥센 히어로즈#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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