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베테랑 타자들이자 대표타자라 할 수 있는 이병규(38), 박용택(33), 이진영(32) 등은 여유 시간이 생기면 단합의 자리를 갖는다. 아무래도 LG의 가을잔치가 10년째 좌절된 시국인지라 최근 모임 분위기는 무거울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개인성적은 할 바를 했다 하더라도 팀을 생각하면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책임을 통감할 수밖에 없는 위치이기도 하다.
특히 최고참급인 이병규는 해가 갈수록 안타까움이 더한 듯하다. “내가 은퇴할 때까지 LG가 우승할 수 있을까?”라는 간절함을 털어놓곤 한다. 선배의 한탄을 들으면 FA를 앞둔 이진영도 마음이 무겁다.
2007∼2008년 SK에서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하고 LG로 건너온 이진영이기에 먹어본 고기 맛이 더욱 절실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병규, 이진영보다 더 속이 탈 이가 박용택이다. 2002년 데뷔 시즌을 끝으로 4강을 밟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 모임 자리에서 분한 마음이 북받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 이후로 이진영에게 놀림감이 되기도 했지만 동병상련의 우애는 돈독해졌다. 뒤집어보면 LG가 고참 중심으로 뭉쳐가고 있다는 증거가 될 일화다.
목표를 이루진 못했지만 예년과 달리 내부적으로 어떤 잡음도 들리지 않는 것이 변화된 LG의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