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류현진(25)은 4일 대전 넥센전에서 7년 연속 10승과 개인통산 99승의 꿈을 아쉽게 접었다. 7회 ‘친구’ 강정호(25·넥센·사진)에게 맞은 홈런이 뼈아팠다.
사실 경기 전날 강정호는 류현진에게 로비성(?) 전화를 한통 받았다. ‘(10승을) 좀 도와달라’는 애교 섞인 청탁이었다. 그런데 굳이 부탁하지 않아도 강정호는 이날 경기 전까지 류현진과의 시즌 상대전적에서 6타수 1안타(타율 0.167)로 밀렸다. 강정호는 “내가 네 볼을 치겠냐”고 웃으며 전화를 끊었고, 경기 당일에도 1회와 4회 연타석 삼진을 당했다.
동갑내기인 데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때는 국가대표팀에서 함께 뛰며 우정을 나눈 사이.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다. “2연타석 삼진을 당한 뒤 나도 모르게 열을 받았다”는 강정호는 세 번째 타석에서 친구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정확히 받아쳐 시즌 25호 솔로아치를 그려냈다. 결국 이 한방으로 류현진은 10이닝 1실점의 역투에도 불구하고 시즌 10승에 실패했다. 그래도 서로를 봐주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맞선 ‘절친들’의 멋진 승부였다. 강정호도 “(류)현진이한테 미안하긴 한데 내가 잘못한 건 아니지 않나”라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