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잠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의 1회말 무사 1루 찬스. 양승호 롯데 감독이 전날 미디어데이 때 “오재원이 4차원인데 한번 미친 플레이를 하면 감당이 안 된다. 제발 정신 차리고 야구했으면 좋겠다”며 그토록 경계했던 오재원(27)이 등장했다.
오재원은 타석에 서자마자 초구에 3루 쪽 기습번트를 대더니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단숨에 무사 1·2루 찬스를 만들었다. 양 감독의 바람과 달리 오재원은 확실히 ‘미쳐’있었다.
이날을 위해 클럽 스타일로 자신의 등장 음악까지 새로 제작한 오재원에게 경기 전 양 감독의 말을 꺼내자 “몰아지경으로 해야죠”라며 웃었다. 그리고 양 감독의 ‘4차원’ 발언이 기억났는지 “제 캐릭터를 확실히 만들어주셨다. 감사하다. 그만큼 절 경계하신다는 말씀으로 듣고 열심히 하겠다”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오재원의 말을 전해들은 양 감독은 “괜히 스타 만들어줬나”라고 말한 뒤 “그럼 아이스크림 하나 사가지고 와야 하는 거 아냐?”라며 웃었다. 양 감독이 농담을 섞었지만 큰 경기일수록 세밀한 야구, 기습적인 주루가 빛을 발한다. 그리고 현재 두산 라인업에서 오재원은 가장 빨리 뛰는 야수다. 후속타 불발로 득점은 불발됐지만 오재원은 1회부터 양 감독과 롯데 내야진에 확실히 몰아지경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