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미친’ 홍성흔… ‘못 미친’ 김현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9일 03시 00분


김진욱 두산 감독은 롯데와 두산의 준플레이오프(준PO)를 하루 앞둔 7일 ‘미치지 않았으면 하는 상대 팀 선수’로 롯데 홍성흔을 꼽았다. 이때의 ‘미친 선수’란 중요한 경기에서 괴력을 발휘하는 선수를 뜻한다. 김 감독은 “홍성흔은 팀 분위기를 잘 끌어올린다. 그가 미치면 롯데 선수 전체에 주는 영향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 감독이 2008년까지 두산에 있었던 홍성흔을 너무 잘 안 걸까. 불행히도 김 감독의 염려는 8일 열린 준PO 1차전부터 현실이 됐다.

홍성흔은 0-0으로 맞선 4회 첫 타자로 나서 두산 선발 니퍼트에게 좌익수 앞 안타를 뽑아냈다. 이날 니퍼트가 맞은 두 번째 안타였다. 롯데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희생번트와 진루타로 홍성흔을 3루까지 보냈다. 홍성흔은 황재균이 터뜨린 좌익수 앞 안타 때 홈을 밟았다. 롯데가 선취점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홍성흔은 이 득점으로 준PO 최다 득점 기록(12득점)을 세웠다.

홍성흔이 선취점을 올리자 롯데 타선은 김 감독 말대로 무섭게 분위기를 탔다. 이어진 2사 1, 2루에서 문규현이 적시타로 2루 주자 조성환을 불러들였고 손아섭 역시 적시 2루타로 점수를 보탰다. 롯데는 4회에만 3점을 냈다.

이날 양 팀 대결에서 선취점은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요소였다. 양 팀 모두 올 시즌 정규시즌에서 선취점을 냈을 때의 승률이 70%에 육박했다. 선취점을 낸 경기에서 두산은 42승 2무 18패(승률 70%), 롯데는 49승 2무 23패(승률 68%)를 거뒀다. 게다가 준PO 엔트리에 든 선수 26명 중 10명이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는 ‘초짜’인 두산으로선 선수들을 안정시켜 줄 선취점이 더욱 간절했다.

하지만 선취점은 김 감독이 ‘미치지 않았으면’ 했던 홍성흔의 차지였다. 게다가 김 감독이 ‘미쳐줬으면’ 했던 두산 김현수는 9회말 1사 1, 2루 기회에서 병살타를 쳤다. 김 감독 입장에선 참으로 ‘미칠 노릇’이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프로야구#준플레이오프#홍성흔#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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