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초로 700만 관객을 돌파한 시즌다웠다. 2012년 ‘가을야구’의 시작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롯데가 8일 잠실에서 연장 접전 끝에 두산을 8-5로 꺾고 준플레이오프(3선승제)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잘나가다 어이없는 실책 연발로 낭떠러지에 몰리고도 기적같이 살아난 회생 드라마였다.
7회까지만 해도 롯데는 패색이 짙었다. 4회초 3점을 뽑아 3-0으로 앞섰지만 5회가 문제였다. “실수만 안 하면 이길 수 있다”던 롯데 양승호 감독의 말을 무색하게 한 실책이 문제였다.
5회 두산 선두 타자 임재철은 롯데 2루수 조성환의 실책으로 진루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임재철은 송승준의 보크로 2루까지 갔고 양의지의 안타에 홈을 밟았다. 이어진 1사 1루에서 두산 김재호는 병살성 타구를 때렸지만 조성환이 다시 송구 실책을 했다. 김재호는 2루까지 나갔고 이종욱의 2루타에 홈을 밟았다. 악몽은 계속됐다. 송승준이 2사 1, 2루에서 1루에 던진 견제구가 다시 뒤로 빠졌다. 2루 주자 이종욱이 홈에 들어왔고 1루 주자 김현수는 3루에 안착했다. 3-3 동점이 됐고 김현수는 윤석민의 중견수 앞 안타로 역전에 성공했다. 역대 포스트시즌 한 이닝 최다 실책 타이(3개). 두산은 7회 1점을 더 보태 승부에 쐐기를 박는 듯했다. 하지만 대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인공은 박준서였다.
3-5로 뒤진 8회 1사 1루에서 대타로 나온 박준서는 두산 홍상삼의 시속 135km짜리 포크볼을 강타해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동점 홈런을 터뜨렸다. 준플레이오프 역대 5번째 대타 홈런이자 포스트시즌 역대 17번째 대타 홈런. 박준서는 5-5로 맞선 연장 10회 무사 2루에서 두산 투수 김승회 옆으로 떨어지는 절묘한 번트를 성공해 무사 1, 3루를 만들며 역전의 발판까지 마련했다. 롯데는 황재균의 결승 2루타로 역전에 성공했고 2점을 더 뽑아 승부를 갈랐다.
2001년 SK에 입단한 뒤 이듬해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박준서는 광주상고(현 동성고) 시절만 해도 ‘제2의 이종범’으로 불리는 유망주였지만 프로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동안 포스트시즌에서도 계속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타석에 선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박준서는 “올해 처음으로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빠진 게 약이 됐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절박하게 야구를 했다. 팀이 5회 역전 당하면서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힌 박준서는 상금 100만 원과 100만 원 상당의 인터컨티넨탈호텔 숙식권을 받았다. 박준서는 “선수생활을 하면서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2차전은 9일 오후 6시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천당과 지옥 다녀왔다
▽롯데 양승호 감독=천당과 지옥을 다녀왔다. 5회까진 고등학교 야구 수준이었다(웃음). 정규시즌에 그 정도 실책이 나왔으면 금방 무너졌을 텐데 마지막에 잘 극복했다. 두산의 중간 투수진이 약하기 때문에 후반에 비슷한 점수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수비에서 생각지 않은 실수들이 나왔지만 선수들이 작전을 잘 따라줬다. 홍상삼 8회 실투 아쉬워
▽두산 김진욱 감독=경기 전에 우리 팀에 경험이 적은 선수가 많아서 걱정했는데 1회부터 움직임이 좋았다. 특히 마지막까지 움직임이 굳지 않았다. 홍상삼도 구위 자체는 좋았는데 (8회 박준서에게 2점 홈런 맞은) 실투 하나가 아쉽다. 선수들이 패기 있게 활발히 움직여서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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