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시헌(32)은 두산 내야의 리더다. 현역 선수 중 가장 안정적 수비를 펼치는 국가대표 주전 유격수다. 안타깝게도 포스트시즌을 코앞에 두고 타구에 맞아 손가락이 부러져 핀 5개를 박는 수술을 받았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두산 덕아웃에 왠지 허전한 기운이 감도는 이유다. 그러나 그의 이름까지 지워진 것은 역시 아니었다.
두산 김재호(26)는 9일 배트 두 자루를 조심스럽게 들고 덕아웃에 나타났다. 하나는 자신의 배트, 또 다른 하나는 손시헌에게서 받은 방망이(사진)였다.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가을야구 무대에 자신 대신 서게 된 후배가 괜스레 미울 수도 있지만, 손시헌은 김재호에게 직접 배트를 선물했다. 그리고 “안타 많이 쳐서 꼭 이겨달라”고 격려했다.
김재호는 “시헌이 형이 바로 곁에서 응원해줘 큰 힘이 된다”며 고마워했다.
잠실|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사진|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