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갈매기 훨훨… 13년만에 ‘PS 징크스’ 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3일 03시 00분


10회말 양의지 송구 실책… 롯데, 두산 꺾고 PO 진출
1999년 이후 첫 PS 승리 ‘1승2S’ 정대현 준PO MVP

누가 이런 승리를 예상했을까.

롯데가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3선승제) 4차전에서 두산을 4-3으로 누르고 2년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에 서게 됐다. 롯데가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승리한 것은 1999년 플레이오프 승리 이후 13년 만이다. 롯데는 준플레이오프 사직구장 7연패에서 탈출했고,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을 이겼다.

8회초 두산이 1점을 추가해 3-0으로 달아날 때만 해도 롯데의 패배는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이전까지 결정적인 순간마다 무기력했던 롯데 타자들은 8회말 공격부터 달라졌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6회 등판해 1과 3분의 2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잘 막았던 세번째 투수 변진수를 내리고 선발 요원이자 에이스인 니퍼트를 마운드에 올렸다. 실점 없이 경기를 끝내겠다는 의지였다. 결과적으로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롯데는 선두로 나선 9번 타자 문규현이 안타로 출루했다. 대역전 드라마의 신호탄이었다. 1번 타자 김주찬은 담장을 직접 맞히는 2루타로 문규현을 불러들였다. 2번 박준서도 안타를 때렸다. 이때 2루 주자 김주찬이 홈으로 들어오다 아웃됐지만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3번 손아섭도 안타를 때렸다. 4타자 연속 안타.

니퍼트는 강판됐고 홍상삼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평소 배짱 있는 투구를 하는 그였지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4번 홍성흔에게 볼넷을 내줬다. 1사 만루. 대타로 나온 5번 황성용은 밀어내기 볼넷을 얻었다. 6타자 연속 출루. 롯데는 6번 전준우의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다. 롯데 팬이라면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환상의 8회’였다.

롯데는 결국 연장 10회 선두 타자로 출루한 박준서가 두산 마무리 프록터의 폭투로 3루를 밟은 데 이어 포수 양의지의 송구 실책을 틈타 홈을 파고들며 경기를 끝냈다. 포스트시즌 끝내기 실책은 1998년 LG와 OB(현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이어 역대 두번째다. 당시에도 OB가 졌다.

8회 등판해 2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솎아내면서 두산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이번 시리즈에서 1승 2세이브를 기록한 정대현은 기자단 투표 53표 중 39표를 얻어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3선승제) 1차전은 16일 오후 6시 문학구장에서 열린다.
▼감독의 말▼

8회 밀어내기때 승리 직감

▽양승호 롯데 감독=8회 대타 황성용이 볼넷을 얻어 밀어내기 1점을 낼 때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니퍼트가 외국인 선수 특유의 자존심이 있어 직구 위주의 정면승부를 할 거라 예상한 게 주효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수비나 작전 수행 중 나온 문제점들을 보강해 SK전을 준비하겠다.

3-0 앞설때 방심한게 패착

▽김진욱 두산 감독=3-0으로 앞서갈 때 5차전까지 갈 거라 생각하고 마지막에 방심한 게 패착이다. 5차전에서 노경은을 선발로 쓰려고 8회 니퍼트를 불펜으로 투입했다. 8회에 동점까지 허용하면 끝이라 생각해 홍상삼을 투입했는데, 개인적으로 홍상삼에게 미안하다. 그동안 큰 압박감을 준 것 같다.

SK ‘가을야구 DNA’ 믿겠다

▽이만수 SK 감독=준플레이오프 경기를 다 봤다. 롯데는 선발과 불펜이 좋았고 분위기가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박준서 용덕한처럼 의외의 선수가 활약하는 걸 보고 준비를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6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만큼 ‘가을야구 DNA’가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잘할 것이다.

부산=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프로야구#포스트시즌#준플레이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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