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에선 한국시리즈(KS)에서 홈런 2개 친 것으로는 명함도 못 내밀어요.” 2011년 KS에서 2홈런으로 분전한 박재상(SK)은 ‘가을 DNA’ 얘기가 나오면 이렇게 웃어넘긴다. 찬바람이 불면 강해지는 SK 선수들은 가을승리에 대해 공통된 철학을 갖고 있다. 홈런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로 수비와 덕아웃 분위기가 좋아야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박재상은 “베이스러닝과 번트 등에 신경을 쓰면, 안타를 안 치고도 점수를 낼 수 있다. 결국 점수를 안 주면 이기는 것이 야구 아닌가. 이번 시리즈에서도 2∼3점을 뽑으면 승리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SK 김강민 역시 명확한 승리의 공식을 갖고 있다. “이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투수가 잘 던지는 것이다. 야수는 투수를 돕는 것이 승리에 대한 기여다. 투수와 가장 가까이 있는 포수가 가장 많은 도움을 주지만, 외야수들도 한 경기 1∼2번은 호수비로 투수를 지원할 수 있다. 그러면 이긴다.” 중심타자 최정도 “이번 시리즈에서 내 콘셉트는 (타격보다) 수비”라며 미소를 지었다.
또 한 가지 SK 선수단이 강조하는 것은 덕아웃 분위기다. SK는 2007∼2008년 KS, 2009년 플레이오프(PO), 2011년 준PO 등에서 1차전 패배 후 승리한 경험을 갖고 있다. 단기전에서 1패는 치명적이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어떻게 다시 일어서야 하는지를 경험적으로 체득했다. 박재상은 “패배한 직후 덕아웃에서 축 늘어져 있는 것과 ‘자, 내일도 해보자’고 파이팅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천지차이다. 포스트시즌에선 지고 있을 때도 덕아웃에서 소리를 지르는 미친 선수가 필요하다. 오버액션도 좀 해야 한다”며 전의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