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둘째 아들이 태어난 해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올해 세상에 나온 셋째 딸을 위해 우승하겠다.”(SK 정근우)
“홍성흔 선배가 미디어데이에 참석하면 꼭 졌는데…. 이번엔 안 나왔으니 꼭 이길 거다.”(롯데 황재균)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 1차전 개막을 하루 앞둔 15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펼쳐진 미디어데이 현장이 그랬다. 지난해에 이어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양 팀 감독과 선수들은 입담을 앞세워 기 싸움을 펼쳤다.
○ 이만수 vs 양승호
SK 이만수 감독은 지난해 감독대행 신분으로 치른 플레이오프에서 롯데를 잡았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그럼에도 올해 플레이오프는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 선수들의 달라진 눈빛을 봤다. 하지만 매 경기를 결승전처럼 치러 SK 야구의 매운맛을 보여 주겠다.”
1999년 플레이오프 이후 13년 만에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승리한 롯데 양승호 감독은 여유가 넘쳤다. 그는 “정규리그에서 2위를 한 지난해는 플레이오프에서 기다리는 입장이었지만 올해는 4위로 준플레이오프를 치러 부담이 없다”고 했다. 그러고는 “SK가 양보해주면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패한 것을 올해 우리가 대신 갚아주겠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 김광현 vs 유먼
SK는 시즌 도중 제 컨디션이 아니었던 에이스 김광현을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내세웠다. 이만수 감독은 “성준 코치가 만류했지만 내가 광현이를 밀었다. SK 하면 김광현이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한을 풀길 바란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수 라이언 사도스키, 이용훈의 부상으로 선발진에 구멍이 생긴 롯데는 ‘SK 킬러’ 유먼이 선봉장으로 나선다. 유먼은 올 시즌 SK전 5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 1.27로 강했다.
○ 정대현을 잡아라 vs 정대현이 지킨다
올해 자유계약선수(FA)로 총 36억 원을 받고 SK에서 롯데로 둥지를 옮긴 투수 정대현을 두고는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정대현은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연속 세이브를 올렸고, 4차전에서는 구원승을 거두며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양 감독은 “정대현이 준플레이오프에서 해준 만큼만 던지면 된다”며 각별한 신뢰를 보였다.
정대현을 바라보는 SK 선수들의 시각은 엇갈렸다. 정근우는 “대현이 형의 강한 눈빛을 SK에서는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반면 이호준은 “대현이가 잘 흥분하기 때문에 약을 올려 데드볼을 맞고서라도 1루에 나가겠다”고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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