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우승경험…빅게임에 강해 끈질기고 역습 강력한 경남 이지만 주장 강승조 공백 분명 타격 있을 것 신진호 실력탄탄 내 몫까지 해줄 것
강승조
포항 스쿼드 강하지만 경남 패기 강점 5월엔 나 없이 포항 원정승리 추억도 중원대결·기싸움 안밀리면 승산 충분 최감독님 “우승땐 싸이말춤 춘다”공약
포항 스틸러스와 경남FC의 에이스들이 장외 입심대결로 오프닝매치를 펼쳤다. 포항과 경남은 20일 오후 2시 스틸야드에서 ‘2012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을 치른다. 두 팀 모두 핵심선수가 1명씩 빠진다. 포항 공격수 황진성(28), 경남 미드필더 강승조(26)가 경고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다. 스포츠동아는 뛰고 싶어도 못 뛰는 두 에이스의 ‘토크 배틀’을 기획했다. 황진성은 15일 포항에서 직접 만났고, 강승조는 전화로 인터뷰 했다.
-결승을 밖에서 보는 심정은.
황진성(이하 황) : 4강전 때 절대 경고 받으면 안 된다는 마음을 갖고 뛰었는데…. 그게 경고성 파울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주심이 카드를 꺼내더라고요. 너무 당황했죠. 이후 몇 분 동안은 집중을 하기가 힘들 정도였어요. 8강전에서 그런 세리머니를 한 게 후회될 뿐이죠.(황진성은 8강에서 결승골을 넣고 상의를 벗는 세리머니로 경고를 받았다)
강승조(이하 강) : 팀도 손해고 개인도 아프고. FA컵 리허설(경남은 FA컵을 앞둔 리그 경기에서 강승조를 뺀 채 경기를 해 왔다) 얘기가 나올 때마다 아쉽고요. 제가 잘못했으니 어쩔 수 없죠.
-2008년 포항과 경남이 FA컵 결승을 치러 포항이 우승을 했는데.
황 : 그 때 결승을 제주에서 했었죠. 제가 초반에 결승골도 넣었고 전체적으로 우리 팀플레이가 정말 좋았어요. 경기 내내 상대를 압도했던 기억이 나요.
강 : 그 때 저는 경남에 없었으니….
-포항은 우승 경험이 많은 반면 경남은 없다. 이런 점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황 : 차이가 크죠. 큰 경기에서는 생각보다 의욕이 앞서고 냉정하게 평정심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아요. 아무리 냉정하려 해도 관중이 많고 분위기 자체가 전쟁 같은 흐름으로 가면 힘이 들어가기 마련이죠. 우리 팀은 이런 경험도 많고,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겁니다.
강 : 인정할 건 인정해야죠. 포항은 워낙 좋은 팀이고, 역사가 있고, 강한 스쿼드를 갖고 있으니. 반면 우린 젊고 어리고…. 솔직히 긴장은 됩니다. 저도 부산에 있을 때 경험 없는 상황에서 포항을 만나(2009년 리그 컵 결승) 어리둥절했을 정도로 스스로에 실망한 적이 있거든요. 하지만 그런 부분을 알고 있어서 동료들에게 늘 말해주고 있어요. 100% 경기력은 아니더라도 최소 자신의 80%까지만 한다는 생각으로 뛰어주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올 시즌 리그에서 두 번 맞붙어 본 소감은.(포항, 경남은 1승씩 나눠가졌다)
황 : 경남은 쉽지 않은 팀이에요. 두 번 다 상대하기 어려운 느낌이었어요. 끈질긴 팀이라는 느낌이 있고 수비적으로 하다가 역습도 좋고. 포항이 강팀에는 강한데 수비적으로 내려 서 는 팀한테는 어려움을 겪은 적이 많아 조심해야 될 것 같아요.
강 : 정말 힘든 승부가 될 것 같아요. 그래도 최근 포항 원정 승리가 몇 년 간 없었는데 5월 원정에서 우리가 1-0으로 승리한 좋은 기억이 있어요.
-서로 빠지는 게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황 : 아무래도 (강)승조가 주장이니까 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겠어요. 우리 팀에 주장 (황)지수 형이 없다고 하면 구심점이 없어 힘든 것처럼. 공수를 갖춘 선수 실력 있는 선수니 경남은 타격이 클 것 같은데요.
강 : 우리가 포항을 이길 때 제가 뛰지 않았거든요. 저 없이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거죠.
황 : 하하. 그 때 포항을 생각하면 완전히 오산인데. 그 때는 뭔가 잘 안 풀리고 쫓기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팀워크도 좋고 자신감 넘치고 편안해요. 그리고 어제(14일 포항-울산. 포항은 황진성 없이도 3-1로 이겼다) 보셨잖아요. 우리 팀은 지금 1∼2명 빠진다고 경기력에 차이가 없다니까요.
강 : 제가 봐도 포항이 물이 오르긴 올랐는데…. 그래도 (황)진성 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던데요 뭘. 포항이 좀 더 타격이 크지 않을까요.
-FA컵 우승 팀에는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데.
황 : 그러니까 더 저희가 우승해야죠. 우리가 여러모로 경남보다는 경쟁력 있는 팀 아닌가요.
-포항 황선홍, 경남 최진한 감독 모두 아직 우승 경험이 없는데.
황 :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올해 감독님한테 어떤 대회든 우승을 해서 헹가래 해 드리고 싶었어요. 동료들과 말해보니 다들 그런 생각 많이 하더라고요.
강 : 저도 황 감독님과는 인연이 있죠. 연습생 출신인 저를 부산 사령탑으로 부임해 많이 예뻐해 주셨어요. 2009년 부산이 리그 컵 결승에서 감독님의 친정 팀인 포항에 졌던 거 아시죠? 이번에는 저희가 황 감독님을 이기고 최 감독님께 우승컵 드려야하니. 이렇게 얽히고설킨 게 축구 아니겠어요. 하하.
-자신의 대체요원들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황 : (신진호에게) 진호가 지금까지 가진 것에 비해서 많이 못 보여줬어요. 워낙 실력 있고 가진 게 많은 친구니 평정심만 유지하면 좋은 역할 해줄 겁니다.
강 : (최현연에게) 우리 공격수 까이끼, 윤일록, 김인한이 다 빠르잖아요. 그 방점을 찍는 역할을 현연이가 해야죠. 그런데 쭉 훈련하는 걸 보니까 누가 나갈지 모르던데. 하하.
-동료들에게 메시지 한 마디.(편의상 존대 생략)
황 : 다들 경남에 대해서는 잘 알지? 홈이니까 하던 대로 자신감 있게 우리들의 플레이 펼치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을 거야. 내가 뛰지는 못해도 경기 끝나고 우승 세리머니 꼭 하고 싶거든. 꼭 이겨 줘.
강 : 일단 중원 대결과 기 싸움에서 밀리면 안 돼. 주장으로 함께 못하는 게 너무 미안하고 안타깝지만 지금까지 앞만 바라보고 달려왔고 이제 딱 한 걸음 남았으니 후회 없이 하자. 우승해서 최 감독님 말춤 추면(최진한 감독은 FA컵 우승하면 최근 유행하는 말춤을 추겠다고 공약) 우리가 채찍질해야 하니까 다들 채찍 준비하고….
-마지막으로 이래서 우리가 이긴다고 딱 한 마디만 한다면.
황 : 다른 말 필요 없습니다. 포항은 포항이라 이깁니다.
강 : 경남이 올해 그룹A(1∼8위)에 잔류할 거라고 누가 예상했나요? 이번 FA컵도 마찬가지일겁니다.
포항|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