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눈으로 직접 보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바르사)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터뜨리는 멋진 득점 장면을 직접 보지 못한다면 우리가 그들을 슈퍼스타로 인정할 수 있을까.
2주 전 필자는 갑자기 한쪽 눈의 시력에 이상이 생겨 치료를 받고 있다. 그 주 일생 최고의 멋진 골 장면을 지켜봤다. 지난달 30일 이탈리아 세리에A 팔레르모의 공격수 파브리치오 미콜리는 센터서클 근처에서 높게 날아오는 볼을 왼쪽으로 비스듬히 쓰러지며 받아 아주 침착하고 절묘하게 발리슛을 때렸다. 이미 두 골이나 넣은 데 이어 그렇게 먼 곳에서 슈팅을 날릴지 예측하지 못한 키에보의 골키퍼 스테파노 소렌티노는 자신의 키를 넘긴 볼에 만세를 불렀고 공은 골지역 그라운드를 때린 뒤 골네트를 흔들었다. 유튜브에서 한번 보라. 그 과감함과 정확성은 환상적이었다. 당시 골대 뒤에서 이 장면을 지켜본 팔레르모 팬들은 “내가 현장에 있었는데 미콜리가 기가 막힌 골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며 평생 자랑할 것이다.
미콜리의 발에서 볼이 떠나는 순간 팬들은 네트를 가를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우리에겐 두 가지 종류의 시야가 있다. 몸 안의 시야로 자신도 모르게 감각적으로 슈팅하는 것. 일종의 여섯 번째 감각(식스센스)이다. 또 하나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관찰 시야로 직접 보는 것이다.
역사상 기가 막힌 골을 터뜨린 인물은 극소수다. 브라질의 호마리우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골을 잡아내는 능력이 출중했다. 168cm, 73kg의 미콜리와 비슷한 체격인 호마리우는 공을 자유자재로 다뤘다. 과연 이런 능력은 의지의 결과일까. 위대한 선수는 하고 싶다면 축구판을 항상 지배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골을 만들 수 있는 것인가.
경기가 끝난 뒤 ‘불가능한 멋진 골’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했을 때 미콜리는 웃으면서 “본능이었다. 골키퍼가 어디 있는지 몰랐고 그냥 슈팅했다”고 말했다. 호마리우도 그렇게 말했다. 독일의 영웅 게르트 뮐러는 30년 전 “내 머릿속에서 ‘이렇게 해 저렇게 해’라고 말한다”고 했다. 본능이었단 얘기다.
미콜리도 본능의 목소리를 알고 있다. 33세인 미콜리는 어렸을 때 나폴리에서 뛰던 아르헨티나의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미콜리는 세 살배기 아들의 이름을 디에고로 지을 정도로 마라도나를 존경했고 따라 했다. 그리고 축구선수로 스타가 됐다.
하지만 미콜리는 이탈리아 대표로 단 10번만 뛰었다. 실력은 있었지만 2006년 유벤투스가 강등될 때 승부 조작에 대해 증언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인 마르첼로 리피 감독(현 광저우 에버그란데)은 미콜리를 천재라고 했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아주리 군단’에 합류시키지 않았다. 감독은 공정해야 한다. 선수들의 능력을 보고 뽑아야 한다. 호마리우와 마라도나는 지도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천재였다. 지도자도 그 능력을 믿고 선택해 영웅으로 키웠다.
팔레르모는 가끔 미콜리와 나머지 10명의 팀으로 비친다. 최근 10년간 사령탑을 20여 차례 바꾸었다. 이런 가운데 유독 미콜리만 빛난다. 당시 해트트릭을 완성할 때 부린 마법 슈팅을 유튜브를 통해 꼭 봐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미콜리가 대단한 선수라는 것을 어떻게 알겠는가. 눈으로 봐야만 믿을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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