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벌어진 플레이오프 2차전, 4-4로 맞선 7회초. 볼카운트 0B-2S서 손아섭의 파울 타구는 그라운드를 맞고 포수 조인성의 미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순간 조인성은 강광회 주심에게 노바운드로 잡았다고 주장했고, 손아섭은 파울이라고 격렬하게 맞섰다. 결국 공에 흙이 묻어있는 것을 확인한 강 주심은 파울을 선언했다. 손아섭은 타격 기회를 얻었지만, 결과는 삼진이었다.
19일 3차전을 앞둔 조인성은 “속임수를 쓰다가 딱 걸렸다”며 미소를 지었다. 흙이 묻은 부분이 잘 보이지 않게 공을 내밀었지만, 강 주심의 예리한 눈초리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조인성이 진실을 살짝 감춘 데는 이유가 있었다. “사실 심리전 비슷한 것도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10년 만의 가을잔치였지만, 베테랑의 노련함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손아섭은 “2차전에서 주심이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왜 이렇게 예민하냐?’고 해서 ‘사실, 그것 때문이 아니라 포수가 파울인데 삼진이라고 그래서…’라고 반응했다”며 웃었다. 이어 “내가 조인성 선배의 속임수에 너무 흥분했던 것 같다”며 심리전에 말려들었음을 실토(?)했다. 손아섭은 2차전에서 7회 삼진에 이어 9회와 연장 10회에도 범타에 그쳤다.
그러나 3차전에는 확실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온 모습이었다. 1회 적시타에 이어 5회에는 중견수 쪽 펜스를 강타하는 2루타를 쳤다. 수비에서도 1회와 4회 어려운 타구를 건져내며 맹활약했다. 그는 “3차전부터는 침착한 컨셉트로 가겠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