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플레이오프(PO) 3차전, SK가 0-3으로 뒤진 6회말 2사 1루. 롯데 문규현의 타구는 우측 외야로 날아갔다. SK 우익수 조동화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그러나 공은 조동화의 머리 위로 넘어갔다. 조명 속으로 타구가 들어간 듯 보였다. ‘공짜 적시 2루타’로 순식간에 점수는 4-0으로 벌어졌고, SK의 추격의지는 한풀 꺾였다.
공이 조명 속으로 들어가는 현상은 모든 구장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유독 사직과 잠실의 좌·우익수 방향이 잦다. 2009년 10월 10일 잠실에서 열린 SK-두산의 PO 3차전 연장 10회에도 두산 우익수 정수빈의 머리 위로 뜬 타구가 조명 속으로 들어가며 승부가 갈린 바 있다. 2011년 4월 9일 잠실 KIA-두산전, 5월 1일 잠실 넥센-LG전에선 두산 임재철과 LG 이진영도 같은 현상을 겪었다. 이들은 조동화와 마찬가지로 모두 수비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로 꼽힌다. ‘야구에는 항상 인과관계가 있다’고 하는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조차 “그것은 순전히 운이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19일을 포함해 이 장면들에는 타구궤적과 낙구지점이 모두 비슷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타구궤적은 약간 라이너성. 낙구지점은 우익수 정위치에서 약간 오른쪽, 그리고 약간 앞쪽.’ 롯데 외야수 손아섭 역시 “사직도 비슷한 위치에서 공이 조명 속으로 들어간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직구장은 이번 포스트시즌 직전 조명을 좀더 밝게 했지만, 블랙홀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이 블랙홀은 홈팀 롯데에 행운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