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정근우(30)와 롯데 손아섭(24)은 부산고 선후배다. 여섯 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아마추어 시절 함께 그라운드를 뛴 추억은 없지만, 정근우는 손아섭이 프로에 들어오기 전부터 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조성옥 감독을 통해서다.
정근우는 22일 플레이오프 5차전을 앞두고 “감독님이 ‘정근우보다 야구 잘하는 애가 있다’고 했는데 그게 (손)아섭이었다”며 “얼마나 잘하나 눈여겨봤는데 잘 하더라. 일단 악착같다. 열심히 뛰고, 열심히 방망이를 돌리고, 어깨도 좋고. 어쩜 저렇게 자기 공이다 싶으면 풀스윙을 하는지 같은 팀이라면 뭔가 해줄 것 같은, 믿음직스러운 선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실 정근우가 SK에 그런 존재다. 잘 치고, 발 빠르고, 수비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무엇보다 경기를 풀어갈 줄 아는 선수다. 그럼에도 그는 “올해는 아니다. 나를 빼달라”며 겸손하게 말하고는 “(손)아섭이는 좋은 스윙을 한다. 방망이를 짧게 잡고 빠르게 낸다. 손목 힘이 좋기 때문에 공이 방망이에 맞는 면이 넓다. 타구 방향이 레프트면 레프트, 라이트면 라이트, 맞는 대로 날아가는 이유다. 타구도 빠르다. 타구가 빠르니까 내야땅볼이 될 공이 많이 빠져나간다. 결국 최다안타 타이틀까지 따지 않았나”라고 쉼 없이 칭찬했다.
이뿐만 아니다. 시즌 도중 손아섭이 2루에 나가면 정근우는 상황별 주루에 관한 조언도 건넨다고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선후배로서다. 정근우는 훌륭하게 성장한 후배와 외나무다리에서 적으로 만난 것에 대해 “승부는 승부다. 지지 않겠다”며 이를 악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