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호준(37)은 달변가다. 말솜씨가 보통 이상이다. 개그맨 뺨치는 유머감각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재주까지 갖췄다. 그러나 이호준은 24일 벌어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극도로 말을 아꼈다. 경기에 앞서 인터뷰를 요청하자 이호준은 “오늘은 진지모드 입니다”라고 대답한 뒤 라커룸으로 급하게 들어갔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홈런을 때려낸 이후 급격하게 타격감이 떨어진 탓인지 경기에만 몰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런 이호준의 모습을 보면서 SK 코칭스태프와 관계자들은 걱정스런 시선을 보냈다. 큰 경기일수록 평소처럼 편하게 경기를 준비하면서 부담감을 털어내야 하는데, 이호준은 반대로 가고 있어서다. 이호준이 평소처럼 덕아웃이나 라커룸에서 떠드는 게 본인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SK 이광근 수석코치는 “(이)호준이는 아픈 곳이 없다. 다만 본인이 4번타자로서 뭔가를 해내야 하는 생각이 너무 강한 것 같다”며 “(부담감을) 놓아야 하는데 붙잡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SK 이만수 감독도 “너무 잘하려고 하는데, 그게 오히려 잘 안 되는 이유인 것 같다. 한국시리즈 들어와서는 괜찮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호준은 이날 0-2로 뒤진 4회초 2사 3루서 우중간 적시타로 부진 탈출의 실마리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