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인생 최고의 날이 있다. 투수에게는 평생 한번 마음먹는 대로 공이 들어가는 날이다. 흔히 말하는 ‘공이 긁히는’ 날이다. 밸런스도 완벽하게 들어맞고, 실투를 해도 상대 타자가 못 친다. 야수도 마찬가지다. 휘두르기만 하면 공이 배트에 와서 맞아나가고, 타구는 야수를 피해가는 날이다. 10월에 그러면 가을의 전설이 된다.
SK 김광현(사진)에게 야구인생에서 가장 기억나는 날이 찾아왔다. 2007년 10월 26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SK-두산의 한국시리즈(KS) 4차전이었다. 1차전에서 KS 최소투구 완봉승(99개)을 기록한 두산 리오스를 맞아 시즌 3승7패, 방어율 3.62의 고졸 신인 투수가 선발 등판했다. SK는 1회초 2사 2루서 이호준의 중전안타로 선취점을 올린 뒤 5회초 조동화-김재현의 연속타자 홈런으로 3-0을 만들었다. 이날의 김광현에게는 3점이면 충분했다. 7.1이닝 동안 9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는 역동적 투구로 두산 타선을 단 1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6회말 1사 후 이종욱에게 안타를 내주기 전까지는 노히트노런의 완벽한 피칭이었다. 이날 ‘공격, 또 공격’으로 상대 타자를 윽박지르며 공 하나하나에 혼을 담은 듯했던 김광현의 피칭은 모든 투수들의 로망이다. 2007년 KS의 운명을 바꾼 피칭이기도 했다.
○난장판 된 그라운드 시상식
1988년 10월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해태-빙그레의 KS 6차전. 4-1로 이긴 해태가 빙그레를 4승2패로 누르고 통산 4번째이자 1986년 이후 3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해태 선발 문희수는 8회 2사 후 조양근에게 좌월솔로홈런을 허용했지만, 9이닝을 3안타 8탈삼진 1실점으로 막고 완투승을 거뒀다. 문희수는 2승1세이브로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시상식 때 관중이 그라운드로 난입해 무질서 사태가 빚어졌다. 또 빈 깡통을 던지며 그라운드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시즌 도중에도 빈발했던 관중 난동이었다.
○김응룡 감독, 모친 별세에 선동열 내고도 KS 첫 판 지다!
1989년 10월 26일 대전구장에서 펼쳐진 해태-빙그레의 KS 1차전. 부상 중인 이정훈을 대신해 1번타로 나선 빙그레 이강돈이 해태 선발 선동열을 상대로 1회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이상군을 선발로 내세웠던 빙그레는 8회 송진우 한희민을 투입하는 총력전 끝에 4-0 승리를 거뒀다. 해태 김응룡 감독은 경기 뒤 모친의 별세 소식을 들었다.
○LG 베테랑 최동수의 인생 최고의 날
2002년 10월 26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LG-KIA의 플레이오프 1차전. LG 최동수는 2-2로 맞선 연장 11회초 2사 1·2루서 KIA 마무리 김진우를 상대로 결승 3점홈런을 뽑았다. 최동수는 앞서 6회에도 1점홈런을 날리는 등 이날 홈런 2방으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