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SK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문학구장.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만난 SK 타자들은 삼성 투수들이 1, 2차전에서 보여준 구위에 혀를 내둘렀다. 2차전까지 7타수 4안타를 기록하며 홀로 분전한 SK 정근우는 “모든 투수가 시속 147∼148km는 그냥 던진다. 오래 쉬어서인지 볼 끝에 힘이 있더라”고 전했다. 최정 역시 “몸도 무겁고 방망이가 잘 안 돌아간다”며 걱정했다.
이렇듯 1, 2차전에서 4득점에 그친 SK 타자들이 리그 최강 삼성 마운드를 공략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삼성이 0-1로 뒤진 3회 공격에서 대거 6득점하며 경기를 뒤집자 한국시리즈는 싱겁게 끝나는 듯했다. 삼성 선발 배영수가 3이닝 동안 3실점하고 물러났지만 심창민-권혁-안지만으로 이어지는 ‘철벽’ 불펜이 뒷문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1차전에서도 2와 3분의 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주역이었다.
그러나 실책 3개에 삼성 필승 계투진은 와르르 붕괴됐다. 이날 삼성은 정규 시즌 최소 실책 2위(67개) 팀답지 않게 결정적인 실책을 연발했다. SK는 5-7로 뒤진 6회 공격에서 박진만이 2루타로 물꼬를 튼 뒤 임훈이 희생번트를 시도했다. 삼성 네 번째 투수 권혁은 이 공을 서둘러 잡으려다 공을 놓치면서 무사 1, 3루 위기를 자초했다. 마운드를 이어받은 안지만 역시 박재상의 투수 앞 땅볼을 병살로 연결하지 못했다. 실책으로 기록되진 않았지만 이닝을 마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이어 삼성 유격수 김상수는 최정의 중견수 쪽 안타성 타구를 잘 잡고도 공을 놓친 것으로 착각해 허둥대는 사이 3루 주자는 홈을 밟았다. 김상수가 급하게 1루로 던진 공은 원바운드 되면서 1루수 이승엽 뒤로 흘렀고 SK는 8-7로 승부를 뒤집었다. 실책성 플레이 3개로 경기 흐름은 SK로 넘어갔다. 삼성은 6-4로 앞선 4회에도 포수 진갑용의 2루 송구가 중견수 쪽으로 빠지면서 추가점을 내주기도 했다.
삼성은 믿었던 철벽 불펜이 무너지면서 향후 마운드 운용에 차질을 빚게 됐다. 류중일 감독은 철벽 불펜에 변함없는 신뢰를 보였지만 얼굴이 밝진 않았다. 삼성 수비진의 어이없는 실책이 SK의 기를 살려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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