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29일 ‘괴물 투수’ 류현진(25)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락하면서 ‘합당한 가치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과연 얼마가 ‘합당’한지에 대한 기준은 당사자의 입장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류현진에 대한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 응찰 금액이 크면 클수록 그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그런 류현진에게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다. 그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돕는 이가 ‘슈퍼 에이전트’로 불리는 스콧 보라스(60)이기 때문이다. ○ ‘구단의 적’이자 ‘선수들의 천사’
메이저리그에서만 30년 가까이 에이전트로 일해 온 보라스는 30개 구단이 가장 경계하는 인물이다. 제도의 허점을 찾아내고 선수의 상품성을 극대화시키는 교묘한 협상술로 수많은 대형 계약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 선수인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가 2000년 시즌 직후 텍사스와 맺은 10년간 2억5200만 달러(약 2750억 원)짜리 계약이 대표적이다. 로드리게스는 2007년 중반 양키스와 10년간 2억7500만 달러(약 3000억 원)로 계약을 경신했는데 이때도 보라스가 힘을 썼다. 올 초 디트로이트의 거포 프린스 필더가 맺은 9년간 2억1400만 달러(약 2300억 원)짜리 계약도 그의 작품이다.
몇몇 선수는 대박 계약을 한 직후 부상 등으로 극도의 부진에 빠지곤 했다. 구단은 뒤늦게 후회하지만 이미 도장을 찍은 뒤다. 그럴 때면 보라스는 ‘공공의 적’으로 불리기도 한다. 반대로 선수들은 제 발로 그를 찾는다. 그와 함께하면 더 좋은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 추신수-박찬호-김병현과도 인연
보라스는 한국 선수와의 인연도 깊다. LA 다저스에서 뛰던 박찬호(39·한화)가 2001년 시즌 직후 텍사스와 맺은 5년간 6500만 달러(약 700억 원)짜리 대형 계약을 이끌어낸 에이전트도 보라스였다.
클리블랜드의 중심타자로 성장한 추신수(30) 역시 보라스의 고객이다. 클리블랜드는 2011년 시즌을 앞두고 추신수에게 5년간 5000만 달러(추정) 안팎의 다년 계약을 제시했다가 거절당했다. 이때도 보라스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2013년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가 돼 더 큰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데 보라스와 추신수의 생각이 일치했다. 김병현(넥센)도 2000년대 후반 잠시 보라스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가운데서는 류현진과 윤석민(KIA)이 지난해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맞았다.
○ 보라스, 한국행 비행기 탈 뻔
류현진보라스는 “내 임무는 고객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고객의 이익은 계약의 일정 부분을 가져가는 자신의 이익이기도 하다.
보라스는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화가 최근까지 류현진을 붙잡아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그는 한화 수뇌부와 직접 협상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타려 했다는 후문이다.
이제 그는 류현진의 몸값을 높이는 작업에 한창이다. 그는 조만간 류현진에게 관심을 보여 온 구단들을 상대로 류현진의 가치와 장점, 몸값 가이드라인 등에 대한 브리핑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류현진은 과연 보라스를 등에 업고 빅 리그 진출의 꿈을 펼칠 수 있을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