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잘하겠지요” 류중일 믿음 야구 활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일 03시 00분


“마∼, 잘해주지 않겠습니까?”

삼성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끈 류중일 감독만의 독특한 어투다. 겉으로 무심한 듯하면서도 선수에 대한 강한 믿음을 드러낼 때 주로 사용하는 화법이다.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지난해 타격 3관왕 최형우가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졌을 때다. 류 감독은 “최형우는 언제쯤 터질까요”라는 질문에 시달렸다. 그때마다 류 감독은 한결같이 “마∼, 올해 안에 홈런 하나는 치지 않겠습니까”라는 식으로 무심한 답변을 날렸다. 부담스러운 질문에 이렇게 대응하면 기자들은 더이상 말문을 잇지 못하곤 했다.

그러나 그건 류 감독의 깊은 마음 씀씀이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기대를 하고 있다고 하면 형우가 부담을 느낄 것이고 기대를 안 한다고 하면 섭섭해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우문현답이었던 셈이다. 최형우는 류 감독의 기다림에 보답하듯 시즌 중반부터 타격감을 되찾아 한국시리즈에서까지 맹활약했다.

올해 개막 전 ‘1강’으로 꼽혔던 삼성이 시즌 초반 7위까지 추락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류 감독은 “마∼, 언젠가는 올라가지 않겠습니까”라며 무더위가 찾아오는 여름이 올 때까지 5할 승률만 유지하면 된다며 서두르지 않았다. 삼성은 거짓말처럼 7월부터 선두로 치고나갔고 정규시즌 2연패를 달성했다. 야구전문가들은 “삼성이 하위권으로 추락했을 때 무리하게 선수를 썼다면 반격할 힘을 잃었을 것이다. 류 감독의 믿음의 야구가 결국 통했다”고 평가했다.

류 감독은 삼성의 2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일구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2005, 2006시즌 연속 우승을 거둔 삼성 선동열 감독(현 KIA 감독) 이후 팀에서 역대 두 번째다. 우승 샴페인에 온 몸이 젖은 채 인터뷰실로 들어온 류 감독은 “아직 내가 명장은 아닌 것 같다. 전생에 좋은 일을 많이 했나 보다. 복이 많은 복장 같다”며 겸손해하면서도 “경기 내용상 진 거나 다름없는 5차전 승리가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코치진에 우승의 공로를 넘겼다. 그는 “지난해는 선수들과 형님처럼 친근하게 지냈지만 올해는 거리를 좀 뒀다. 감독은 큰 그림을 그리고 코치들에게 전권을 맡기기 위해서다”라며 “시즌 초 어려울 때 코치들에게 싫은 소리를 많이 했다. 잘 따라준 코치진이 고맙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2년 연속 ‘트리플 크라운’(정규시즌, 한국시리즈, 아시아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또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에도 사실상 확정됐다. 류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을 한 번 하라는 의미에서 우승을 한 것 같다. 국가대표 감독이 되면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류중일#믿음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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