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은 감독-전희철 코치 대학 땐 둘도 없는 라이벌… 자존심 센 데다 성격은 판이
그들이 뭉친 SK, 잘 굴러간다… 어느덧 단독선두, 남 보란듯
문경은 SK 감독(41)이 지난해 4월 대행 꼬리표를 달고 SK 사령탑이 됐을 때 그를 보좌할 수석코치가 전희철(39)이라는 사실에 적지 않은 농구인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팬들도 그랬다. 문 감독과 전 코치는 1990년대 한국 농구의 전성기를 이끈 스타다. 둘은 같은 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 연세대를 나온 문 감독과 고려대를 졸업한 전 코치는 대학 시절 라이벌이었다.
둘 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 자존심이 센 데다 나이 차가 두 살밖에 되지 않아 둘의 조합이 제대로 굴러가기 힘들 것이라는 견해가 있었다. 특히 전 코치는 선수 시절부터 강성 이미지가 따라다녔다. 10개 구단 감독 중 막내인 문 감독은 “지금도 ‘전 코치가 (너한테) 잘하냐’는 질문을 지인들로부터 종종 받는다”고 했다. 문 감독은 늘 짧고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다들 잘 몰라서 그런 것 같은데 전 코치는 잘한다.”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선입견이 따라다니던 ‘문전 콤비’가 이끄는 SK가 올 시즌 프로농구 초반 돌풍을 일으키면서 보란 듯이 단독 선두(8승 2패)를 달리고 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성적이다. 문 감독도 “6강을 목표로 했다. 이렇게 잘할 줄은 솔직히 몰랐다”고 했다.
전 코치는 “경기를 뛰는 건 선수들인데 코치가 관심을 받는 건 부담스럽다”면서도 문 감독과 자신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비친 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전 코치는 “관계를 속속들이 잘 몰라서 그럴 것이다”라고 했다. 둘은 1988년 주니어 대표팀을 시작으로 2002년까지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2003년 결혼한 전 코치가 지금 살고 있는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신혼집을 마련한 것도 “우리 동네로 오라”는 문 감독의 권유 때문이었다.
SK의 한 직원은 “성격만 놓고 보면 문 감독과 전 코치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서로 다른 성향이 팀을 이끌어 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포근한 ‘형님 리더십’의 문 감독은 성격상 선수들에게 모진 소리를 웬만해선 하지 않는다. 참다 참다 한 방에 몰아치는 스타일이다. “문경은을 화나게 했다면 그놈은 진짜 나쁜 놈”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농구판에 있을 정도다. SK 허남영 코치도 마음씨 좋은 동네 아저씨 스타일이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면서 다그치는 ‘시어머니’ 역할은 전 코치의 몫이다. 전 코치는 “감독이 싫은 소리를 안 해서 대신 나서는 게 아니다. 그냥 내 성격상 지적할 건 그때그때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선수들이 워낙 다들 알아서 잘해 주니 버럭 화를 낼 일도 없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