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지은과 김미현이 잇달아 은퇴하면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한 ‘코리안 군단 1세대’의 시대는 거의 저물었다. LPGA 통산 25승을 거두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박세리(35·KDB금융그룹)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미국에 뿌린 씨앗이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 박인비(24) 최나연(25·SK텔레콤) 유소연(22·한화) 신지애(24·미래에셋) 등 ‘세리 키즈’들은 올 LPGA에서 상금왕과 평균 최저 타수상(베어트로피), 신인왕 등 주요 부문의 상을 휩쓸었다. 그들은 메이저 3개 대회 우승을 포함해 9승을 합작했다.
○ 화려한 피날레 주인공은 최나연
올 시즌 대미를 장식한 주인공은 최나연이었다. 그는 19일 미국 플로리다 주 네이플스의 트윈이글스GC 이글코스(파72)에서 열린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 정상(14언더파 274타)에 올랐다.
최나연은 올 시즌 우승상금이 가장 많았던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58만5000달러·약 6억4000만 원)에서 우승한 데 이어 두 번째로 상금이 큰 타이틀홀더스(50만 달러·약 5억4000만 원)마저 제패하며 유독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최나연은 “엄마가 찾은 외국 대회에서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훈련 환경이 좋은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 새 집을 구해 다음 시즌을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 박인비 돌풍과 신지애의 부활
공동 11위(6언더파 282타)로 마지막 대회를 마친 박인비는 시즌 상금왕(228만 7080달러·약 25억 원)과 평균 최저 타수(70.21타) 타이틀을 차지하며 한국 낭자군단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올랐다. 상금왕은 2009년 신지애, 2010년 최나연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세 번째. 시즌 평균 최저 타수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베어트로피를 받은 선수는 2003년 박세리, 2004년 박지은, 2010년 최나연에 이어 네 번째다.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는 좋은 성적을 냈지만 미국에선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에비앙 마스터스와 사임 다비 말레이시아에서 2승을 거뒀고 준우승도 여섯 차례 차지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박인비는 “마지막 대회까지 경쟁이 이어져 심적 부담이 컸다.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최나연에 이어 준우승(12언더파)을 차지한 유소연은 대회 개막 이전 이미 신인왕을 확정하며 차세대 기둥으로 자리매김했다.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던 신지애도 올해 킹스밀 챔피언십과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을 제패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 한국선수 전성시대는 계속된다
2008년 9승, 2009년 12승, 2010년 10승을 합작한 한국 낭자들은 지난해 청야니(대만)의 독주에 밀려 3승에 그쳤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 이어 ‘골프 여제’로 군림했던 청야니는 올 시즌 초반 3승을 거두며 강세를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시즌 중반부터 ‘한국 낭자군단’의 높은 벽에 막혀 번번이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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