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의 우승을 지켜본 박경훈 제주 감독은 “우승할 팀이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승은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감독의 지도력과 조직력, 정신력도 좋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선수층이 두꺼워야 한다. 서울은 포지션별로 탄탄한 경기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날 정조국의 선제 결승골로 1-0으로 제주를 꺾은 서울은 스플릿시스템 A그룹에서 승점 90으로 울산과 3-3으로 비긴 전북(승점 78)을 따돌리고 2010년에 이어 2년 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3경기가 남아 있지만 전북이 다 이기고 서울이 다 져도 12점 차를 극복할 수 없다.
박 감독의 지적처럼 서울은 가장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유하고 있다. 30골로 역대 한 시즌 최다골을 터뜨린 데얀과 17골, 18도움을 한 몰리나의 파괴력은 그야말로 핵폭탄 같다. 팀 득점(73)의 절반 이상을 둘이 책임졌다. 득점기계 데얀의 날카로움은 모든 K리그 감독들을 고민에 빠뜨렸다. 국가대표 하대성이 버틴 미드필드도 최강이다. 중원사령관 하대성의 경기 조율과 몰리나의 환상 크로스, 에스쿠데로의 돌파도 일품이다. 노련한 아디와 터프한 김진규, 스피드가 좋은 김주영이 버틴 수비도 웬만해선 뚫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공해(무조건 공격해) 축구’를 구사한 2년차 최용수 감독의 지도력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박 감독은 “최 감독은 지도자 경험이 얼마 안 되지만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데얀과 몰리나, 하대성 등 개성이 강한 대표급 선수들을 하나로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셰놀 귀네슈(터키), 넬로 빙가다(포르투갈) 등 외국 감독과 조광래, 이장수, 황보관 감독들을 지켜보며 자신만의 축구 철학을 다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팀컬러가 서울의 통산 5회(럭키금성, 안양 LG 시절 포함) 우승의 원동력인 셈이다. 서울은 우승상금 5억 원과 201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했다. 서울은 25일 전북과의 홈경기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한다.
서울은 전반 36분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흐르는 볼을 정조국이 골지역 왼쪽을 파고들며 골네트를 갈라 승부를 결정지었다. 서울은 2008년 8월부터 이어온 제주전 무패행진을 15(10승 5무)로 늘렸다. 제주는 2년 전 챔피언결정전에서 서울에 진 데 이어 이날도 ‘우승 들러리’를 서야 했다.
전북은 울산과의 경기에서 전반까지 1-3으로 뒤지다 이동국(2골)과 에닝요의 연속골로 3-3까지 따라붙었지만 역전극을 펼치진 못했다. 2012년 AFC 챔피언스리그 챔피언 울산은 경기 종료 직전 페널티킥을 얻었지만 곽태휘가 실축하는 바람에 승점 3점을 챙길 기회를 날리고 5위(승점 61)를 지켰다.
2부 리그 강등 위기에 몰린 강원은 전남에 2-3으로 져 승점 40으로 이날 인천과 1-1로 비긴 14위 광주(승점 41)에 1점 뒤진 15위를 기록했다. 이미 강등이 확정된 상주를 빼곤 최하위다. B그룹에서는 두 팀이 내년부터 2부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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