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우승 경쟁은 FC서울의 승리로 끝났지만 ‘시상식의 꽃’ 최우수선수(MVP) 전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올 시즌 MVP는 서울 데얀(31)-전북 이동국(33)-울산 곽태휘(31)의 3파전 양상이 될 전망이다. K리그 16개 팀은 구단별로 1명씩 MVP 후보를 정해 프로연맹에 제출했다. 우승 팀 서울은 데얀과 몰리나(32), 주장 하대성(27), 최소실점의 주역 골키퍼 김용대(33) 등을 놓고 고심한 끝에 데얀을 낙점했다.
전북은 공격수 이동국, 울산은 주장 곽태휘를 냈다. 연맹은 심판위원장, 기술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후보선정위원회를 통해 3∼5명의 최종 후보를 정하는데 데얀-이동국-곽태휘가 될 확률이 높다. MVP는 축구 기자단, 방송중계 관계자 등 125명의 투표로 결정된다. 투표는 26일부터 K리그 최종라운드가 벌어지는 12월2일까지 진행되며 시상식은 12월3일 열릴 예정이다.
○데얀-동국-태휘 3파전
MVP 표심은 외국인선수와 수비수에게 인색한 편이다. K리그 30년 역사에서 외국인 선수가 MVP를 받은 건 2004년 나드손(수원)과 2007년 따바레즈(포항) 등 단 두 번 뿐. 수비수의 수상도 많지 않았다.
서울은 2010년에 이런 흐름을 읽지 못해 아픔을 겪었다. 그해 정상에 오른 뒤 팀 기여도가 높았던 수비수 아디를 MVP 후보로 추천했다. 하지만 제주 김은중이 55표로 아디(48표)를 따돌렸다. 우승 팀이 MVP를 배출하지 못한 건 1999년에 이어 두 번째. 1999년에는 수원 우승의 주역 샤샤가 챔피언결정전에서 핸들링으로 골을 넣는 ‘신의 손’ 사건으로 표심을 잃어 준우승 팀 부산의 안정환에게 MVP가 돌아갔다. 2010년 서울은 감독상도 놓쳤다. 빙가다 감독이 재계약에 실패해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만년 하위 팀 제주를 준우승에 올려놓은 박경훈 감독이 감독상을 받았다.
서울은 올해 다시 한 번 외국인 선수 데얀을 내세웠다. 그의 기록이 워낙 뛰어나 수상을 자신하고 있다. 데얀은 41라운드 현재 30골로 득점 1위다. 2003년 김도훈(28골)의 한 시즌 최다득점 기록을 9년 만에 갈아 치웠다. K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30골 고지를 넘었다.
그러나 이동국과 곽태휘의 추격도 만만찮다. 이동국은 최근 물오른 골 감각을 보이고 있다. 4경기 중 3경기에서 2골을 몰아치며 26골로 데얀과 격차를 줄였다. 곽태휘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울산은 K리그 5위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무패 우승을 차지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곽태휘는 철퇴축구의 선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