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40·SK)이도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우선 그 심정을 들어보는 게 먼저다.”
SK 이만수(54) 감독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마무리훈련을 지휘하던 도중, 박경완이 자신과 면담을 원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박경완은 최근 인터뷰에서 “12월 감독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본 뒤 (거취 문제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SK는 보도자료를 통해 “박경완이 구단 수뇌부를 만나 내년 시즌에도 SK 유니폼을 입기로 결정했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감독 면담 요청’이라는 박경완의 발언 속에는 ‘내년 시즌에도 출전 기회를 보장받지 못할 경우, SK를 떠나는 방편도 고려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SK 프런트는 불과 며칠 전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레전드의 잔류’에 균열 요소가 생기자,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다. 그러나 이 감독은 23일 “면담 신청이 오히려 잘 된 일”이라며 반겼다.
“박경완 심정부터 듣는 게 우선” SK 이만수 감독, 내달 면담 예정
○“나 역시 감독에게 면담 요청 경험, 그 마음 잘 안다!”
이만수 감독은 1997시즌을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은퇴시점에서 그는 우리 나이로 마흔이었다. 현재도 그 정도까지 현역으로 뛰는 선수는 흔치 않다. 당시로선 더욱 이례적이었다. 삼성의 레전드였던 이 감독 역시 은퇴시기에 구단과 마찰을 빚었다. “저도 30대 후반이 되면서 (박)경완이와 같은 경험을 했어요. 삼성 시절 우용득 감독(재임기간·1992년 10월∼1995년 9월)이나 서정환 감독(재임기간·1997년 10월∼1999년 11월)에게 면담 신청을 해서, 거취 문제를 얘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자신의 마음을 하소연하는 것이 먼저였다. “나를 어떻게 해달라고 그런 게 아니었어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고 해야 하나요? 먼저 답답함을 토로하니까, 위로도 되더라고요. 지금 (박)경완이 마음이 그렇지 않겠습니까? 최고로 잘하는 포수인데, 경기에 못 나가니 자존심도 많이 상했겠지요. 우선 괴로웠던 마음부터 들어보겠습니다.”
○“나이는 불문, 실력만 되면 뛴다!”, 공정경쟁 보장 천명
박경완은 내년 시즌 SK유니폼을 입고, 올 시즌처럼 2군에 머물기를 원치 않는다. 아직까지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도 있다. 결국 이만수 감독에게 원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 기회’ 보장이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내가 나이 든 선수를 (전력에서) 제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올 시즌 이호준(36·NC)과 조인성(37·SK) 등을 중용한 사례를 들었다. “물론 나이가 들면, ‘내가 못하면 어쩌나’ 주눅이 들기도 합니다. 저 역시 현역시절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하지만 프로니까 그런 부분까지도 자기 실력으로 싸워서 이겨내야 합니다. 감독이 코칭스태프까지 합쳐 100명에 이르는 조직을 이끌면서, 누군가를 편애할 수는 없어요. 또 누군가를 배척할 수도 없습니다. 실력만 된다면, 경기를 뛰는 겁니다.” 이 감독은 12월 1일 귀국한 이후 박경완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