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은 성실성과 경험을 높이 사 코치를 맡아주길 원했지만, 현역생활에 대한 애착이 워낙 강했다. 그대로 물러서기엔 아쉬움이 너무 많았다. 선수로 재계약할 게 아니라면 ‘방출시켜 달라’고 요청했고, 구단도 그 뜻을 받아들였다.
투수 박명환(35)은 LG의 2013년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됐다. 박명환은 25일 “기회가 닿는다면 LG에서 그동안 진 빚을 갚고 싶다”고 말했고, 백순길 LG 단장도 “내게 그렇게 약속했다.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LG에서 방출된 박명환은 왜 다시 LG 유니폼을 입고 싶다고 하는 것일까. 2006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로 4년간 총액 40억원을 받고 두산에서 LG로 이적한 그는 2007시즌만 제 역할을 했을 뿐, 고질적인 어깨 부상으로 이듬해부터 이렇다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알려진 금액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받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것 역시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는 2006년 말 투수 FA 최고액으로 자신을 받아준 LG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점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현역 유니폼을 다시 입는다면 LG였으면 좋겠다”는 이유도 그 빚을 갚고 싶어서다.
박명환은 3개월 전부터 김병곤 전 LG 트레이너가 운영하는 트레이닝센터에서 꾸준히 몸을 만들었다. 12월 초순부터는 본격적으로 볼도 던질 계획. 그러나 현 시점에서 LG는 물론 다른 팀에 테스트를 받고 입단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외롭고 힘든 싸움이 되겠지만, 좀더 길게 보고 겨우내 홀로 땀을 흘려서라도 재기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더욱이 그 대상이 LG였으면 하는 희망을 품고 있다. 개인통산 102승 투수인 박명환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