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대성 “亞챔프 크게 한턱 쏴” 이근호 “주장 말렸더니 체질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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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7일 07시 00분


‘절친’ 하대성(왼쪽)과 이근호가 각각 K리그 우승과 AFC 챔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2012시즌을 최고의 해로 만들었다. 26일 
서울 강남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난 두 선수가 낙엽을 밟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절친’ 하대성(왼쪽)과 이근호가 각각 K리그 우승과 AFC 챔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2012시즌을 최고의 해로 만들었다. 26일 서울 강남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난 두 선수가 낙엽을 밟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하대성이 이근호에게

챔스리그 4강부터 우승확신…자신감이 대단했지
윙에선 네가 최고…AFC 올해의 선수? 너 뿐이야!
네가 있을 곳, 군대가 아니라 유럽인데…ㅋㅋ

이근호가 하대성에게

서울 우승 보다 네가 MVP 되길 바랐는데…
중앙은 ‘대성 천하’ 서울 공격수들 복 받은거야
내년 2부리그 첫 출범…나도 이슈 만들어야지


이보다 더 유쾌한 인터뷰는 없었다. 하대성(FC서울)과 이근호(울산현대)는 1985년생 동갑내기로 인천만수북초-부평중·고 동기동창이다. 거의 매일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하다. 4월25일 울산-서울의 리그 첫 맞대결을 앞두고 스포츠동아 <사커토크>를 통해 입심대결을 펼치기도 했다.(4월24일자 10면 참조). 둘은 2012년을 최고의 해로 만들었다. 이근호는 울산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으며 최우수선수(MVP)에 올랐고, AFC ‘올해의 선수’ 수상이 유력하다. 하대성은 서울의 캡틴으로 최다승점과 최다승, 최소파울과 경고 등 무결점으로 K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우승의 두 주역을 26일 서울 강남에서 만났다.

-4월 스포츠동아에서 했던 입심대결 기억하는지. 그 때 유니폼 교환도 약속했었는데.

이근호(이하 이) : 기억나죠. 제가 먼저 유니폼 교환하자고 했는데 (하)대성이가 처음엔 싫다고 했어요. 결국은 했지만.

하대성(이하 하) : 하하. 근호야. 그 때 우리가 2-0으로 이기다가 2-2로 비겼잖아. 우리는 비기고도 진 듯해서 찝찝했어.

-이근호에게 챔스리그 우승이란. 하대성에게 리그 우승이란.

이 : 리그는 매년 도전할 수 있지만 챔스리그는 다르죠. 개인적으로 올해 챔스리그 우승을 최우선 목표로 했는데 달성해 영광이에요. 비록 리그에서는 좋은 성적을 못 냈지만 우승을 친한 친구 대성이가 해서 더 다행이고요.

하 : 사실 전북과 수원, 울산에도 우리를 추격할 찬스가 분명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놓쳤죠. 서울은 이겨야 할 팀은 꼭 잡았고 연패도 없었어요. 그래서 완벽한 우승인 것 같고 자부심도 커요.

-시즌 말, 이렇게 우승 트로피를 하나씩 들고 다시 만나니 어떤가.

하 : 근호가 챔스리그 4강부터 우승을 확신하더라고요. 국내가 아닌 아시아 무대를 평정한 건 정말 대단한 거죠. 상금 액수도 어마어마하잖아요. 그런데 근호는 우리 팀이 제주(서울의 우승이 확정된 경기)랑 붙기 전부터 계속 ‘너희가 우승할거야’ ‘미리 우승 축하해’라고 했어요. 근호야, 왜 그런 거야? 자신감을 주려고 한거야? 아니면 예감?

이 : 예감이지. 서울의 리그 성적이 워낙 독보적이었잖아. 우승할 줄 알았어. 사실 대성이가 주장한다고 했을 때 말렸거든요. 대성이는 성격이 한 없이 착해서 남 신경 쓰다보면 자기 일 못할까봐. 그런데 생각보다 아주 잘 하던데요. 이제 주장감이라는 말도 듣고. 저는 늘 대성이에게 ‘넌 우승이 문제가 아니라 MVP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죠.

-서울이 MVP 후보로 하대성이 아닌 데얀을 추천했는데.

하 : 하하. 저는 데얀이 받을 거라고 말했어요. 근호와 내기 했는데 제가 이겼네요. 데얀은 충분히 받을 자격 있죠. 사실 제가 작년에 베스트11에 뽑혔을 때 활약에 비해 과분하다고 느꼈어요. 좀 찝찝하기도 했고요. 올해 받을 상 작년에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나저나 근호는 AFC 올해의 선수상 꼭 받아야 하는데.

이: 그러게. 말레이시아까지 갔는데 떨어져서 오면…. 축구인생에 가장 큰 상이 아닌가 싶고, 또 언론에서 너무 기대를 갖게 해주시니 욕심이 나요. 두 번 오지 않을 기회니까요.

하 : 받을 거야. 걱정 마. (기자에게) 동의하시죠? 사실 데얀이나 (이)동국 형은 최전방이니까 다르다 치고 윙 포지션에서 근호만큼 활약한 선수가 있나요? 이건 진짜 친한 친구가 아니라 객관적으로요.

이 : 하하. 나도 한 마디 해 줘야 하는 거야? 사실 중앙에서는 대성이가 독보적이죠. 대성이랑 같이 뛰는 공격수들은 정말 복 받은 겁니다. 그거 알아야 해요.

-둘 다 우승 했는데 밥은 누가 사야 하나.

하 : 일단 제가 사고요. 근호는 상금이나 보너스가 저보다 훨씬 많을 테니 더 비싼 거 사야죠.

이 : 대성이에게 뭔들 못 사겠어요. 사달라는 대로 다 사줄게. 우리는 이미 약속했어요. 군대 가기 전까지는 다 제가 사고, 군대에 있는 2년 동안은 대성이가 책임지기로. 대성아 잊지 않았지?

-이근호는 클럽월드컵을 다녀와서 곧바로 상주상무에 입대해야 하는데.

하 : 너무 아쉬워요. 이렇게 최고의 컨디션일 때 군대라니. 지금 근호가 있어야 할 곳은 군대가 아니라 유럽인데.

이 : 대성이 말대로 아쉽기도 하지만 이미 각오했던 거고요.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 열릴 때 상무에 있게 됐는데 벌써부터 집착하거나 욕심 부리지 않으려고요. 2010남아공월드컵 때 아픈 경험(최종명단 탈락)을 통해 배운 게 많아요. 정말 최선을 다해 몸 관리를 하되 마음은 편하게 가지려고요. 그리고 우리나라 2부 리그 첫 출범인데 내년에 꽤 이슈가 되지 않을까요?

하 : 사실 근호랑 시즌 끝나면 여행가기로 했었거든요. 계획까지 다 세워놨는데 근호가 클럽월드컵 가는 바람에 무산됐어요.

이 : 나도 그게 젤 아쉬워. 훈련 말고 제대로 된 여행은 아직 한 번도 못 가봤는데….

-하대성은 개인적으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

하 : 근호와 함께 브라질월드컵 무대를 밟고 싶다는 건 당연하고요. 해외무대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서울에서 두 번 우승을 했고 제 나이도 서른이 가까워오는데 기회가 얼마 안 남은 것 같아요. 해외무대에서도 성공하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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