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7연패… 9위 추락… 아, 내가 너무 자만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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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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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강동희 동부 감독의 농구 인생 시련기

“너 때문에 요즘 내가 주목을 못 받는다.”

강동희 동부 감독(사진)은 최근 절친한 선배인 허재 KCC 감독으로부터 농담 섞인 핀잔을 들었다. KCC가 꼴찌에 처져 있어 팬들의 원성이 쏠릴 만도 한데 동부의 성적이 덩달아 바닥을 기는 통에 욕은 강 감독이 다 먹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시즌 KCC의 고전은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동부의 추락은 예상 밖이기 때문이다.

KCC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국내 최장신 센터 하승진이 공익근무로 빠진 데다 전태풍이 오리온스로 이적해 전력 누수가 컸다. 하지만 동부의 부진은 이변이다. 동부는 27일 현재 4승 14패로 최하위 KCC(3승 15패)에 간신히 앞선 9위다. 정규리그 1위를 했던 지난 시즌의 전체 패수(44승 10패)를 일찌감치 넘어섰다. 최근에는 7연패했다. 지난 시즌에는 한 번도 없던 연패다. 말 그대로 급전직하다.

“며칠 전에 집에 갔더니 초등학생 아들이 ‘또 졌어? 아빠 요새 계속 지네…’ 하는데 헛웃음밖에 안 나오더라.” 강 감독은 “7연패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나는 요즘 연패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 완전 패닉 상태다”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자다가 새벽에 깨면 경기 녹화 영상을 보면서 분석도 하고 그랬는데 요새는 자꾸 지니까 경기 장면을 다시 보기가 싫더라.” 최근 들어 무력감을 자주 느낀다는 강 감독은 성적 부진에 따른 스트레스로 끊었던 담배를 다시 입에 물었다.

그는 “1년 사이에 팀이 이렇게 망가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그래도 찾아보면 분명히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물어봤다. 잠시 생각하던 강 감독은 “여기저기서 특정 선수 몇몇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팀 성적 부진과 연결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래도 가장 큰 책임은 감독한테 있다”고 했다. “감독이 되고 나서 지난 3년간 성적이 괜찮았다. 그러다보니 자만했던 것 같다. 하던 대로 하면 어떻게든 굴러가겠지 싶었다.” 그는 감독으로 데뷔한 2009∼2010시즌 이후 세 시즌 동안 4강 플레이오프 진출 한 번과 준우승 두 차례를 일궈 사령탑으로서 성공적인 출발을 했다. 강 감독은 “1, 2년차의 초짜 감독도 아니고 그동안 잘해오다 이런 일을 겪으니 괴롭다. 요즘은 사람들을 만나도 괜히 위축되는 느낌이다”라고 했다.

그는 동부의 경기력이 크게 떨어진 원인으로 체력 문제를 지적했다. “3, 4쿼터 들어가면 공이 옆으로 지나가는 걸 보고도 다리가 안 움직인다. 체력이 안 된다. 훈련량이 부족했다.” 강 감독은 시즌 개막 전 전지훈련 기간에 선수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좋게 얘기하면 선수들을 믿고 맡긴 것이고 나쁘게 보면 내가 자만했던 것이다.”

28일부터 열리는 프로-아마추어 최강전으로 12월 8일까지 휴식기를 갖는 정규리그에서 3라운드 이후의 팀 운영 방안을 물어봤다. “체력 문제는 하루 이틀에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뾰족한 수를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운영 방안이고 뭐고 간에 연패부터 끊고 싶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강동희#동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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