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10구단 반대’ 삼성·롯데…‘12월 이사회’도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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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9일 07시 00분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의 10구단 창단 논의가 표류하면서 다시 한번 선수협이 배수의 진을 쳤다. 선수협은 6월에도 
긴급임시총회를 열어 올스타전과 WBC 보이콧이라는 강경 방침을 선언하고 KBO 이사회에 10구단 창단 승인을 강력히 촉구했다. 
스포츠동아DB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의 10구단 창단 논의가 표류하면서 다시 한번 선수협이 배수의 진을 쳤다. 선수협은 6월에도 긴급임시총회를 열어 올스타전과 WBC 보이콧이라는 강경 방침을 선언하고 KBO 이사회에 10구단 창단 승인을 강력히 촉구했다. 스포츠동아DB
선수협 GG보이콧·10구단 창단
구단 사장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9개 구단 사장 대상 긴급 설문조사


10구단 창단 문제를 논의해야 할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표류 중인 가운데,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28일 ‘향후 10구단 창단에 대한 KBO 이사회의 구체적 움직임이 없을 경우 다음달 11일 KBO 주최로 열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집단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내년 3월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WBC) 보이콧에 앞서 한층 강경하고 결연한 선수협의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로써 향후 사태전개방향에 따라선 한국프로야구가 사상 초유의 파국에 직면할 수도 있으리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스포츠동아는 KBO 이사회 구성원들인 프로야구 9개 구단 사장들을 대상으로, 선수협의 골든글러브 시상식 보이콧 방침에 대한 시각부터 나아가 10구단 창단 문제에 대한 입장까지 긴급 설문을 실시했다.

구단들 대부분 “선수협 보이콧 섣불러”
KBO 역시 “12월 시작도 안했는데…”
일부선 ‘선수협 끌려다니는 모양새’ 우려


KBO ‘12월 이사회’ 추진 지지부진 속
SK·두산 등 6개 구단 “모이는게 맞다”
롯데 “할 말없다”…삼성도 즉답 회피

롯데 SK 한화 KIA 삼성 “10구단 반대”
NC는 “대환영” LG·두산도 찬성 표명


○선수협 골든글러브 보이콧, “섣부른 결단”

구단들은 선수협의 골든글러브 시상식 보이콧 주장에 대해선 대부분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SK 신영철 사장은 “극단적으로 가지 말고, 순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압박해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삼성 김인 사장도 “선수들의 한 시즌 성과를 마무리하는 자리인데,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시상식을 보이콧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구단은 선수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존중하려고 노력한다”며 타 구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수협에 우호적 시각을 내비친 넥센 이장석 대표는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곁들였다.

10구단 창단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지만 일부 구단의 반대에 막혀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KBO 역시 선수협의 골든글러브 시상식 보이콧 결정에 대해선 난색을 표했다. 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아직 12월이 온 것도 아니고, 상황에 따라 골든글러브 시상식 이후에라도 이사회를 충분히 열 수 있는 것인데 (선수협이) 먼저 이렇게 강경책을 내 놓은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야구계 관계자는 “아직 시간이 있고, 상황 반전 가능성이 높은데 선수협이 먼저 치고 나가면서 각 구단 입장에선 ‘선수협에 끌려 다니는 모양새’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수노조 설립 의사까지 내비치며 ‘더 이상 시간이 지체되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는 선수협과 구단간 상당한 견해차를 발견할 수 있다.



○일부 구단은 12월 이사회 개최도 반대

‘12월에 이사회를 열어 10구단 창단에 대한 가부를 묻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KBO는 그러나 아직 다음달 이사회 개최일조차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이사회를 연다고 해도 10구단 창단의 승인을 자신할 수 없어 섣불리 일처리를 했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스포츠동아 긴급설문에서도 일부 구단은 12월 이사회 개최 자체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음이 확인됐다.<그래픽 참조>

KIA 이삼웅 대표는 “KBO가 이사회를 소집한다면 기꺼이 응하겠다”고 했고, 두산 김승영 사장 역시 “일단 모이는 게 맞다고 본다”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10구단 반대’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과 롯데는 이사회 개최 자체에 미온적 자세를 보였다. 9구단 창단 때부터 일관되게 반대 논리를 폈던 롯데 장병수 사장은 12월 이사회 개최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할 말이 없다. 만약 이사회가 열린다고 해도 말을 안 하겠다”고 했고, 삼성 김인 사장 역시 즉답을 회피해 이사회 개최 자체에 부정적 의견을 갖고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10구단 창단에 원칙적 찬성 의사를 밝힌 LG 전진우 사장이 이 질문에 노코멘트로 답한 것과는 명확히 다르게 평가할 수 있다.

10구단 창단 필요성에 대한 생각은 구단마다 다르다. 그러나 지자체와 기업이 결합한 10구단 창단 움직임은 날이 갈수록 가속화하고
 있다. 6일 수원 경기도청 회의실에선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석채 KT 회장, 염태영 수원시장(왼쪽부터)이 10구단 창단 공동 
기자회견 후 MOU를 체결했다. 스포츠동아DB
10구단 창단 필요성에 대한 생각은 구단마다 다르다. 그러나 지자체와 기업이 결합한 10구단 창단 움직임은 날이 갈수록 가속화하고 있다. 6일 수원 경기도청 회의실에선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석채 KT 회장, 염태영 수원시장(왼쪽부터)이 10구단 창단 공동 기자회견 후 MOU를 체결했다. 스포츠동아DB


○10구단 창단? 삼성 롯데 등 최대 5개 구단 부정적 또는 미온적

선수협은 꺼낼 수 있는 최강도의 압박카드를 썼지만 10구단 창단 문제에 대한 각 구단 사장들의 입장은 과거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다. 10구단 창단에 일찌감치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NC 이태일 대표, 넥센 이장석 대표를 적극 찬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10구단 창단에는 동의하지만 기업·지역에 대해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한 LG 전진우 사장, “9구단이 창단했기 때문에 10구단으로 가기는 가야하지 않는가. 일단 KT라는 그룹이 나섰기 때문에 예전과 같이 (기업구조가 빈약한 중소기업이 들어올 우려로) 반대할 명분은 없어졌다고 본다”는 두산 김승영 사장도 10구단 창단에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있음이 나타났다.

일관되게 반대 의견을 내비친 롯데 장병수 사장만이 명확히 반대 의견을 내비쳤지만, 뚜렷한 의사 표현 없이 찬반 의사를 밝히지 않은 구단도 4개 팀이나 됐다. SK 신영철 사장은 “지금은 말할 단계가 아니다. 미리 얘기하면 분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비켜갔고, KIA 이삼웅 사장과 한화 정승진 사장은 “심도 있게 논의하고 결정할 사안이다.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진지하게 창단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삼성 김인 사장은 “무조건 반대 입장이라는 생각은 아니다. 이사회의 의견을 존중할 뿐이다. 다만 KT와 수원, 전북간의 관계가 정리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이 그동안 겉으로는 원론적 입장을 거론하면서 물밑에선 반대 여론을 조장했다는 측면에서 볼 때 삼성 한화 KIA SK 등 4개 구단 역시 큰 틀에서 보면 롯데와 뜻을 같이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10구단 창단 문제가 이사회를 통과해 승인되기 위해선 구본능 KBO 총재와 각 구단 대표 등이 참가하는 표결에서 10표 중 7표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구 총재가 리그 커미셔너로서 리더십과 강단을 발휘하지 못한 채 구단들의 눈치만 살피며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은 이처럼 많은 구단들이 여전히 이기적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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