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최용수 감독이 ‘2012 K리그 감독상’ 수상자 자격으로 당당히 기자회견장에 앉았다. 그의 왼쪽에는 신인상을 받은 이명주(포항), 오른쪽에는 MVP 데얀(서울)이 있었다. 최 감독은 “감회가 남다르다. 왼쪽을 보면 프로무대에 갓 들어와 부끄러워하던 내 모습이 떠오르고, 오른쪽을 보면 ‘내가 최고다’고 자부하던 모습이 생각이 난다”며 웃음 지었다. 기분이 묘했을 것이다. 최 감독은 1994년 신인상, 2000년 MVP를 받았다. 그리고 정식감독 부임 첫해 지도자 최고의 영예인 감독상을 거머쥐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는 전체득표 중 67.2%의 지지를 받아 올해 울산현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선배이자 스승 김호곤 감독(25%)을 제쳤다.
○내년은 2관왕
최 감독은 올 시즌 서울을 우승으로 이끌며 여러 가지 진기록을 세웠다. K리그에서 처음으로 선수(2000)-코치(2010)-감독(2012)으로 정상에 서는 ‘원 클럽 맨’이 됐고, 신인상-MVP에 이어 감독상을 받아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거칠 것 없이 달려온 그의 2012년은 시상식과 함께 마무리됐다. 서울의 우승과 영광은 이제 ‘어제 내린 눈’이다. 그는 내년 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 2관왕이라는 목표를 세워 놨다. K리그는 최근 10년 간 정규리그 2연패 팀이 없다. 우승 후유증과 경쟁 팀들의 견제 그리고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 그러나 최 감독의 각오는 다부졌다.
“K리그에 지난 10년 동안 2연패한 팀이 없었던 것을 잘 알고 있다. 제가 올해 우승으로 원 클럽 맨 우승 등 여러 기록을 세웠는데 내년에도 남들이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 목표를 정해서 달성하고 싶다.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다. 오늘 이런 큰 상을 받은 뒤라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보일 수도 있고 말이 앞서는 것일 수도 있다. 또 내년에 어떤 시련기가 올지 모른다. 하지만 도전해보고 싶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어떤 스토리와 기막힌 시나리오가 나올지 나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