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아들, 그리고 내년에 태어날 딸까지 책임져야 한다.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 73kg급에서 꼭 최강자가 되고 싶다.”
‘비운의 유도 천재’ 방귀만(29·남양주시청·사진)이 6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KRA 코리아월드컵 국제유도대회 남자 73kg급 결승에서 이영준(국군체육부대)과 맞서 지도 3개를 얻어 절반승으로 우승했다. 2년 2개월의 공백을 뛰어넘어 얻은 결과였다.
방귀만은 용인대 재학 시절인 2002년 한국 스포츠 사상 최초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장학생으로 뽑혀 매달 1200달러씩을 지원받았다. 당시 66kg급에서 뛰던 그는 21개월 동안 이 장학금을 받았다. 한 국가에서 단 한 명의 유망주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었다.
기대에는 못 미쳤다. 경험 부족으로 아테네 올림픽 1회전에서 탈락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73kg급으로 체급을 올렸지만 왕기춘(포항시청)에게 밀려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아시아경기 메달과도 인연이 없었다. 2005년 훈련 중 당한 부상이 발목을 잡아 2006년 도하 대회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더 큰 불운까지 찾아왔다. 2010년 10월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도핑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것. 대회 중 다른 선수에게 얻어 마신 음료가 화근이 됐다. 2년 동안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다. 쉬는 동안 대전체고 감독을 맡으면서 유도와의 끈을 놓지는 않았지만 현역에서 은퇴할 생각까지 했다.
흔들리던 그를 잡아준 건 6년을 사귀다 지난해 4월 결혼한 아내 김유진 씨(28)였다. 애인의 출전 정지 소식에 충격을 받은 그는 결혼 뒤 남편에게 다시 매트에 설 것을 권했다. 결국 방귀만은 대표팀 조인철 감독의 추천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고 ‘천재’라는 별명에 걸맞게 복귀 무대를 금메달로 장식했다.
한편 ‘쌍둥이 대결’로 관심을 모은 남자 66kg급에서는 동생 조준현(수원시청 입단 예정)이 런던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형 조준호(한국마사회)를 패자전 결승에서 한판으로 꺾고 동메달을 땄다.
한국은 여자 52kg급에서 김미리(용인대)가 금메달을 따는 등 금 2개, 은 3개, 동메달 8개로 대회 첫날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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