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있었다. 경기가 열린 도요타 스타디움은 최상의 시설을 자랑했다. 3만6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경기장은 거대한 돔 형태로 지어졌지만 역시 일본에 있는 삿포로 돔과 또 다른 분위기였다. 꽉 막힌 삿포로 돔과 달리 이곳에는 외곽 코너 4군데에 거대한 기둥이 있어 통풍까지 고려한 설계가 특징이었다.
놀라운 건 그라운드였다. 잔디가 최상이었다. 선수들 간 충돌과 슬라이딩으로 자주 패이기 마련인 골대 지역에도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교체 멤버들이 필드 외곽에서 잔발 구르기를 하고, 힘껏 러닝을 해도 자국이 남지 않았다. 축구경기에서 질 경우 “잔디가 안 좋다”는 말로 패인을 돌리는 행태를 자주 접하지만 도요타 스타디움에서는 통할 수 없었다. 울산 주장 곽태휘도 7일 공식 훈련을 마친 뒤 “잔디가 너무 좋았다. 우리가 배정된 (나고야 미나토) 훈련장과 전혀 다르다”며 엄지를 치켜세웠을 정도. 몇몇 선수들은 “지면 변명거리가 없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날씨도 영향 없었다. 섭씨 영상 8도였으나 칼바람이 몰아쳐 스탠드 윗쪽은 차가웠으나 지하 2층 깊이에 위치한 필드는 크게 춥지도, 바람에 공의 궤적이 바뀌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울산의 플레이는 초라했다. 평소와 달리 성의 없는 플레이로 상당 시간을 허비해 실망을 샀다. “잔디가 너무 좋아 (울산이) 더 헷갈리나 보다”라는 비아냥도 들렸다. 그라운드 적응을 겸한 공식 훈련이 경기 이틀 전에 열렸다는 점이 그나마 변명거리. 대회 장소가 2곳(도요타, 요코하마)이었기에 많은 팀들이 하루 안에 훈련을 소화하기 무리라는 FIFA 판단 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