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으로 뛰는게 안 믿어져…자꾸 훈련하고 싶어요 포털사이트에서 KIA 윤석민 보다 먼저 뜨니 신기해
동료들이 ‘코평수’라 하는데 ‘곰석민’이라 불렸으면 내년 시즌엔 수비에 더 치중…우승반지 끼는게 꿈
두산 윤석민(27)은 올 시즌 오랫동안 자신을 감싸고 있던 ‘유망주’ 껍질을 깨고 우아한 날갯짓을 시작했다. 그는 스포츠동아 트위터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야구인생을 연 2012시즌을 정리하면서 더욱 주전경쟁이 치열해진 2013시즌에 대한 생각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한없이 진지해보이지만, 알고 보면 엉뚱한 ‘인간 윤석민’의 매력도 한껏 과시했다. 그가 뽑은 친필 사인볼(맥스스포츠 협찬)의 당첨자는 @tripleu68, @okskj, @wlgus6916이다.
-야구를 어떻게 시작했나요?(@wjdwldnr)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구리시에서 야구부를 뽑는데 테스트를 받으러 가면 수업을 안 들어도 된다’고 하시는 거예요. 수업 다 받고 테스트를 받으라고 했으면, 아마 야구선수 윤석민은 없었을 거예요.(웃음)”
-구리 인창고 시절 김진욱 감독님의 속옷을 훔쳐 입었다는 일화가 있던데요.(@tripleu68)
“고등학교 때는 감독님, 선수단 상관없이 단체로 빨래를 하잖아요. 마침 감독님 속옷과 제 속옷이 똑같아서 제가 감독님 속옷을 몇 번 입었어요. 감독님이 계속 찾았는데 제가 입고 있으니까 황당해하시더라고요. 그래도 나중엔 웃으셨어요.”
-고등학교 때 김진욱 감독님과 현재 감독님, 차이가 있나요?(@juce0222)
“어렵죠. 고등학교 때는 제가 먼저 장난을 쳤는데…. 지금은 너무 높아지셔서 못 해요. 감독님도 장난을 치고 싶은데 자제하시는 것 같아요.”
-가장 잊지 못할 스승은 누구인가요?(@okskj)
“김광림 코치님(현 NC 타격코치)이요. 제가 오랜 2군 생활이 힘겨워서 열심히 안 할 때, 코치님이 항상 ‘넌 타고난 재능에 노력이 더해지면 최고의 타자가 될 수 있다’면서 붙잡고 많이 치게 하셨어요.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마무리캠프는 (훈련)양으로 가고, 스프링캠프는 기술적으로 보완하자고 하셨어요. 많이 쳤는데 제가 손에 굳은살이 잘 안 박여요. 예전에는 이것 때문에 훈련 안 한다고 혼났어요. ‘게으른 천재’라는 얘기도 들었고요.”
-야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언젠가요.(@wlgus6916)
“넥센전 끝내기홈런(8월 23일) 쳤을 때요. 처음으로 야구 잘 했다고 생각했어요. 당시에 부모님이 가장 먼저 떠올랐는데,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수훈선수 인터뷰 때 결국 말을 못 했어요. 학창시절부터 절 항상 따라다니면서 뒷바라지해주신 거, 어릴 때는 창피했었는데 지금은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군 제대한 후 두 시즌을 치르면서 느꼈던 점은요.(@twoandone3826)
“솔직히 제가 1군에서 야구하고 있다는 게 신기해요. 2군에 있을 때는 야구장 나가는 게 싫었는데, 지금은 일어나면 야구장 나가고 싶고요.”
-올 시즌 4번타자로서 어떨 때 가장 힘드셨나요?(@fdfd16)
“4번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는데, 못 해도 절 계속 내보내주시는 거예요. 나중에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가장 힘들었을 때는 포스트시즌이요. 엄청 긴장했어요. 그래도 한두 타석 지나고 나니까 괜찮아지더라고요. 나중엔 재미있었어요.”
-홍성흔, 김동주 선수와 4번 경쟁을 하게 됐는데 어떤 마음인가요.(@qaz2433)
“후반기 조금 보여줬다고 마음이 느슨해졌을 때 절 다잡게 된 계기요. 대단한 선배님들이지만, 지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지금의 전 예전 ‘2군 윤석민’이 아니니까요.”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투수는?(@juce0222)
“바티스타(한화)요. (윤)석민(KIA)이처럼 폼이 깨끗한 투수 볼은 괜찮은데 폼이, 우리말로 지저분한 투수한테는 약해요. 타격 타이밍 잡기가 어려워요.”
-얼마 전 포털사이트에 ‘윤석민’ 검색하면 KIA 윤석민이 아닌 본인이 먼저 떴는데 기분이 어땠나요?(@Jieunn_)
“친구들이 장난으로 ‘네가 먼저 떠봐야하지 않겠냐’라고 놀렸어요. 저도 농담조로 ‘기다려라. 그럴 날 온다’고 했는데 현실로 이뤄진 거예요. 신기했어요.”
-딱 하루 몸을 바꿀 수 있다면 어느 선수와 바꾸고 싶은가요?(@wlgus6916)
“(고)영민이 형, (이)종욱이 형이요. 안타 치고 도루도 하면 야구가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허벅지 정확한 둘레요. 튼실한 ‘말벅지’를 가질 수 있었던 비결은.(@yoosoooooooo)
“정확히 모르는데…. (두산 유니폼 담당자가 ‘24인치’라고 밝혔다) 고등학교 때부터 이랬으니까 부모님께 물려받은 것 같아요.”
-등번호 ‘5’번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fdfd16)
“군대 다녀오고 5번 남아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달았는데요. 애들이 타격폼이 앨버트 푸홀스(LA 에인절스·등번호 5) 닮아서 ‘윤홀스’라고 해줘서 의미가 생겼어요.”
-자신의 롤 모델은?(@okskj)
“임재철 선배님이요. 자기 관리 하시는 거 보면 멋있더라고요.”
-평소에 성격이 무덤덤하신 것 같은데 이유가 있나요?(@fdfd16)
“아니에요. 편한 사람들과는 말 잘 하는데…. 장난도 잘 치고요. 1군 경기 많이 나오면서 그나마 웃음을 되찾은 거예요.”
-아직도 인터뷰 하는 게 어색하나요?(@ckgom)
“솔직히 야구만 하고 싶어요. 카메라 있으면 어후∼! 정말 힘들어요.”
-남자 윤석민의 매력을 한 가지 꼽아 본다면?(@Chacha_R_S)
“엉뚱함?”(두산 박진환 1군 매니저는 ‘저 무표정한 얼굴로 갑자기 황당한 얘기를 한다’고 제보했다)
-별명 중에 어떤 게 가장 맘에 드세요?(@nabi328)
“동료들은 콧구멍이 크다고 ‘코평수’라고 불러요. 개인적으로 ‘곰석민’이 좋네요. 두산은 저를 선택해준 팀이니까. 이 팀에서 도움이 되고 우승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내년 시즌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실지 궁금합니다.(@guguhug)
“수비가 가장 중요하죠. 저만큼 치는 타자들이 많으니까 수비만 되면 경기에 더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2013년 승부를 해보고 싶은 투수는 누구인가요?(@sunginet)
“(윤)희상(SK)이요. 친한데 올해 희상이가 등판할 때 단 한번도 타석에 못 들어갔어요. 초반에는 제가 경기를 못 나갔고요. 포스트시즌 때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해서 또 못 붙고.”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yeeun0427)
“주전으로 우승해보고 싶어요. 고등학교(구리 인창고) 때도 준우승이었고, 우승을 해본 적이 한번도 없어요. 두산에서 우승의 희열을 꼭 느껴보고 싶습니다.”
두산 윤석민은?
▲생년월일=1985년 9월 4일 ▲키·몸무게=180cm·86kg(우투우타) ▲출신교=구리초∼인창중∼인창고 ▲프로 경력=2004신인드래프트 두산 2차 3번(전체 20순위) 지명·입단 ▲2012년 연봉=4100만원 ▲2012년 성적=109경기 289타수 84안타(타율 0.291) 10홈런 48타점 25득점 2도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