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이라면 기억할 만한 추억의 미국 TV드라마가 있다. 리 메이저스가 주연을 맡았던 ‘600만 불의 사나이’가 그것이다. 당시 600만 달러는 상상 가능한 최고의 몸값이었다. 돈의 가치가 달라지긴 했지만 600만 달러는 보통 사람에게 여전히 꿈의 몸값이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 류현진이 ‘연봉 600만 달러의 사나이’가 됐다. 포스팅 금액과 6년 연봉을 모두 합치면 ‘6000만 달러의 사나이’다.
○ 옵션 포함 453억 원
류현진은 연봉 계약 마감 시한(한국 시간 10일 오전 7시) 직전 LA 다저스와 계약금 500만 달러를 포함해 6년 총액 3600만 달러(약 390억 원)에 계약했다. 투구 이닝에 따른 보너스를 합하면 최대 4200만 달러(약 453억 원)까지 늘어난다. 3600만 달러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 가운데 다루빗슈 유(텍사스·6년 6000만 달러),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6년 5200만 달러)에 이은 역대 3위의 금액이다. 포스팅 금액 2573만 달러(약 277억 원)를 한화 구단에 지불해야 하는 다저스는 류현진의 영입 대가로 옵션을 빼고도 6173만 달러를 투자한 셈이다.
류현진은 국내에서 뛰는 동안 매년 해당 연차 최고 연봉을 받았다(그래픽 참조). 데뷔하던 2006년 역대 처음으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거머쥔 덕분에 이듬해 연봉이 1억 원으로 400%나 오른 게 그 시작이었다. 류현진이 내년에 받을 몸값은 그동안의 인상률을 압도한다. 올 연봉과 비교해도 15배가 넘고, 신인 시절 연봉의 300배가 넘는 거액이다.
○ 꿈에 그리던 우승반지 낄 수 있을까
선수라면 누구나 우승 반지를 열망한다. 류현진은 한국에서 이 꿈을 이루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가능할까. 분위기는 희망적이다.
다저스는 6차례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전통의 명문이지만 1988년 우승을 끝으로 챔피언이 되지 못했다. 게다가 지난해 전 구단주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파산 신청을 해 충격을 줬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글로벌 금융기업인 구겐하임파트너스가 구단을 인수한 뒤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다저스의 도약 의지는 ‘돈의 전쟁’에서 확실하게 드러난다. 다저스의 내년 예상 연봉 총액은 2억2500만 달러(약 2424억 원)로 올해의 2배가 넘는다. 2008년 뉴욕 양키스가 기록한 역대 개막전 최고 연봉 총액(2억900만 달러)까지 뛰어넘는 액수다. 다저스는 올 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아드리안 곤살레스, 조시 베켓, 칼 크로퍼드 등 대형 선수들을 영입했고 최근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인 잭 그레인키까지 데려왔다.
다저스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받은 클레이턴 커쇼, 2009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그레인키를 원투 펀치로 내세우고 올 시즌 보스턴에서 영입한 베켓, 프랜차이즈 스타인 채드 빌링슬리, 그리고 류현진으로 남은 선발진을 꾸릴 것으로 보인다. 연봉만으로 보면 1575만 달러의 베켓이 3선발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류현진이 스프링 캠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3선발은 류현진의 몫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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