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엔 꿈일 뿐이었지만… 박병호-서건창 ‘인생 역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2일 03시 00분


백업 선수… 연습생 출신… 무명 딛고 골든글러브 영예
이승엽, 9년만에 8번째 수상

지난해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린 12월 11일. 넥센 박병호와 서건창에게 골든글러브는 남의 얘기였다. 고작 66경기에 출전한 박병호는 하루 전 결혼식을 올리고 미국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서건창은 더했다. 그해 10월 테스트를 받고 팀에 합류한 서건창은 정식 선수 등록도 하지 못한 채 전남 강진의 2군 연습장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 후인 올해 12월 11일. 그들은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었다.

○ 넥센 3명 배출 ‘최다’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 올해 타율 0.290에 31홈런, 105타점을 기록하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박병호는 프로야구 기자단 투표로 진행된 골든글러브 1루수 부문에서 총 유효표 351표 가운데 275표를 얻으며 ‘황금 장갑’을 거머쥐었다.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서건창은 더욱 극적이었다. SK 정근우, KIA 안치홍과 치열한 경합을 벌인 서건창은 154표로 안치홍(116표)을 38표 차로 제쳤다. 그는 2006년 류현진(LA 다저스) 이후 6년 만에 신인왕과 골든글러브를 동시에 차지한 선수가 됐다. 그는 “재작년 이맘때 군대에서 보초를 서며 골든글러브를 타는 상상을 수없이 했다. 상상만 했을 때는 어떤 기분인지 잘 몰랐는데 직접 상을 타보니 다른 수상자가 왜 우는지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 말했다. 넥센은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강정호까지 더해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3명의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배출했다.

○ 손아섭, 313표로 최다득표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던 투수 부문에서는 삼성의 왼손 에이스 장원삼(128표)이 넥센의 나이트(121표)를 불과 7표 차로 제치고 생애 첫 황금 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8년간의 일본 생활을 접고 올해 국내에 복귀한 삼성 이승엽은 지명타자 부문에서 9년 만에 골든글러브를 다시 받았다. 통산 8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이승엽은 한대화, 양준혁과 최다 수상 타이를 기록했다.

3명을 뽑는 외야수 부문에서는 손아섭(313표·롯데), 이용규(199표·KIA), 박용택(194표·LG)이 나란히 황금 장갑을 차지했다. 313표를 얻은 손아섭은 득표율 89.2%로 최다 득표의 영광도 안았다. 포수 부문은 롯데 강민호, 3루수 부문은 SK 최정의 차지였다.

특별 부문인 페어플레이상은 박석민(삼성)이 차지했고 사랑의 골든글러브와 골든포토상은 각각 김태균(한화)과 김광현(SK)에게 돌아갔다. 골든글러브 수상자에게는 제트에서 제공하는 300만 원 상당의 글러브와 가방, 100만 원 상당의 나이키 상품권이 부상으로 수여됐다.

조동주·이헌재 기자 djc@donga.com
#골든 글로브#박병호#서건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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