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앤캐시가 세트 스코어 2-1로 앞선 4세트 후반. 대한항공 김학민의 오픈 공격이 외국인 선수 다미와 신영석의 더블 블로킹에 걸리자 관중석에 앉아 있던 러시앤캐시 김호철 감독은 승리를 확신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왼손을 치켜들었다. 22-20으로 앞서 나가는 순간이었다. 승부는 듀스까지 이어졌지만 결국 김 감독의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1라운드에서 5전 전패를 했고 2라운드 중반까지 승리 없이 8연패에 빠졌던 러시앤캐시가 3연승을 달렸다. 러시앤캐시는 16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3라운드 첫 경기에서 최근 2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던 대한항공을 3-1(25-18, 25-18, 23-25, 29-27)로 꺾었다. 승점 3점을 보탠 5위 러시앤캐시는 승점 9점(3승 8패)이 됐고, 3위 대한항공은 승점 20점(6승 4패)을 유지했다. 러시앤캐시는 1, 2라운드에서 대한항공에 1-3, 0-3으로 완패했다.
8일 약체 KEPCO를 3-0으로 누르고 첫 승을 신고할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아 보였던 러시앤캐시는 12일 현대캐피탈을 3-2로 이기면서 이변을 연출했고 이날 대한항공까지 잡아내면서 남은 시즌 순위 싸움의 돌풍으로 떠올랐다. 김 감독은 현대캐피탈전에서 경고를 받아 이날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지만 관중석에서 리시버를 끼고 무전기를 든 채 선수들을 원격 지휘했다. 그동안 김 감독은 “선수들이 시즌 개막을 앞두고 몸 상태가 엉망이었다. 2라운드는 돼야 뭔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왔다. 러시앤캐시 선수들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전임 감독과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김 감독이 10월 새 사령탑으로 부임할 때까지 사실상 태업 상태였다.
러시앤캐시에서는 다미가 양 팀 최다인 24점을 올렸고 센터 신영석(15득점), 라이트 김정환(11득점), 센터 박상하(11득점) 등 3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8연패 기간 동안 경기 평균 17.5득점에 그치며 “국내 선수보다 못한 외국인 선수”라는 비난까지 받았던 다미는 현대캐피탈전에서 35점을 퍼부은 데 이어 이날도 20득점을 넘기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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