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서 지면 욕먹는 게 감독의 숙명 딸에게 피해 줄까 ‘유이아빠’ 수식어는 사절 그래도 딸 덕에 제 표정이 달라졌대요 - 김성갑
연예계 데뷔 후 2년전 부터 한지붕 생활 지금처럼 가족이 오순도순 사는 게 꿈 아빠가 사인요청 할 땐 자랑스러운 딸 됐구나 으쓱! - 유이
넥센 히어로즈 김성갑 2군 감독(51)은 ‘유이아빠’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걸그룹 애프터스쿨 멤버 유이(24)는 연기자로 영역을 넓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아빠와 딸은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자리에 함께 선 적이 없었다. 김 감독은 딸과 함께 노출되는 것을 꺼렸다. ‘혹시나 딸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면 어떡하나‘라는 노파심 때문이었다. 함께하는 첫 인터뷰. 아빠의 걱정과는 달리 딸은 프로였다. 아빠를 위해 코디를 자청했다. 인터뷰 요령까지 알려줬다. 그런 딸의 모습을 보는 김 감독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겉으로 표시 안하는 ‘딸바보’ 김 감독
김 감독은 ‘유이아빠’라는 수식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즐겨 말한다. 올해 넥센 1군 수석코치를 맡았던 그는 9월 감독대행이 됐다. 당시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유이아빠’ 감독됐다”는 제목의 기사가 메인이었다. 김 감독은 “‘유이아빠’가 아니라 ‘김성갑’이다”라고 항변했다. 김 감독은 “팀을 책임지는 감독이 됐는데 경기를 지면 감독이 90% 이상을 책임지니까 딸 이름을 빼고 싶었어요. 솔직히 딸 자랑도 하고 싶은데 100이 있으면 90은 말 못해요. 유이는 가슴 안에 있죠.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자식이 잘 되는 게 최고잖아요. 사실 딸 덕분에 경기장 안에서 더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딸 본명이 유진인데 주변 사람들이 유진이 덕에 제 표정이 달라졌다고 하더라고요”라며 마음속에 간직했던 말을 꺼내놓았다.
유이는 “아빠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걸 처음 들어요. 쑥스러우니까 내 딸이 누구고 그런 얘기 안 하신다고 생각했어요. 사인요청도 ‘딸, 이거 몇 장만 할까’라고 조심스럽게 하세요. 아빠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됐구나’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프로 VS 프로
아빠와 딸은 각기 활동하는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프로다. 역시 피는 진했다. 두 사람은 확고한 프로의식을 갖고 있다. 집 안에 마련된 운동기구를 활용하며 자기 관리를 하는 모습이 똑같다. 시간관념이 철저한 것도 비슷하다. 김 감독은 선수시절을 포함해 운동시간에 한번도 늦어본 적이 없다. 유이도 스케줄 소화를 위해 출발하기로 정한 시간 30분전에 모든 준비를 마친다.
프로들의 약속이 딱 한번 어긋나기도 했다. 시구를 약속했던 유이가 교통체증으로 늦었다. 2010년 5월의 일이었다. 김 감독은 전화로 “어차피 늦었으니 돌아가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유이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서운함이 아니었다. 아빠와 딸의 꿈이었던 공동 시구 계획이 어긋났고, 아빠의 목소리에서 딸이 서두르다 혹시 안 좋은 일이 생길까 걱정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힌 유이는 “그 때 너무 죄송했다. 5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소박한 행복 꿈꾸는 아빠와 딸
김 감독과 유이는 2년 전부터 한 지붕 아래서 살고 있다. 유이가 연습생을 거쳐 연예계에 데뷔한 탓에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다. 김 감독도 지도자 생활을 쉰 적이 없어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딸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자기 관리를 잘 할 것으로 확신한다. 힘든 연예계 진출을 한다고 했을 때 유이에 대한 믿음이 있어 김 감독은 흔쾌히 허락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간혹 방송 관계자들과 만나면 딸에 대한 이야기를 묻는다. 자주 연락을 하지만 딸이 잘 하는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김 감독은 “카메라 감독님들이나 피디 분들께 가끔 물어보는데 유이가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시더라. 자기 관리도 잘 해 이대로만 쭉 갔으면 한다”고 만족했다.
그러나 공인의 생활이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 감독은 응원의 문자로 딸을 챙긴다.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다보니 말보다는 글이 편한 모양이다. 유이도 아빠의 정성이 담긴 문자 응원 덕분에 힘을 내게 된다고 했다. 간혹 지인들에게 아빠의 문자를 보여주며 자랑도 한단다.
김 감독은 “화려한 생활을 해본 적도 없고, 그런 개념도 없다. 지금 모든 가족이 한 집에 모여살고 있는 소박한 생활이 그저 행복할 뿐”이라며 웃었다. 유이도 “아빠가 즐기실 때까지 야구를 잘 하셨으면 좋겠고, 지금처럼 가족이 오순도순 잘 사는 게 내 꿈이다. 가족 모두가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고 아빠의 손을 꽉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