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공감 토크] 김성갑 감독 “가슴속에 꼭꼭 숨긴 유이” 무뚝뚝한 아빠는 ‘딸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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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7일 07시 00분


넥센 김성갑 2군감독(오른쪽)이 야구유니폼을 벗고 ‘유이 아빠’로 카메라 앞에 섰다. 애프터스쿨 유이도 ‘인기 아이돌 스타’라는 
수식어를 이날만큼은 내려놓고 김 감독의 딸로 돌아왔다. 언론사를 통한 부녀 합동 인터뷰를 처음으로 한 김성갑-유이 부녀가 꼭 
끌어안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넥센 김성갑 2군감독(오른쪽)이 야구유니폼을 벗고 ‘유이 아빠’로 카메라 앞에 섰다. 애프터스쿨 유이도 ‘인기 아이돌 스타’라는 수식어를 이날만큼은 내려놓고 김 감독의 딸로 돌아왔다. 언론사를 통한 부녀 합동 인터뷰를 처음으로 한 김성갑-유이 부녀가 꼭 끌어안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경기에서 지면 욕먹는 게 감독의 숙명
딸에게 피해 줄까 ‘유이아빠’ 수식어는 사절
그래도 딸 덕에 제 표정이 달라졌대요 - 김성갑


연예계 데뷔 후 2년전 부터 한지붕 생활
지금처럼 가족이 오순도순 사는 게 꿈
아빠가 사인요청 할 땐 자랑스러운 딸 됐구나 으쓱! - 유이


넥센 히어로즈 김성갑 2군 감독(51)은 ‘유이아빠’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걸그룹 애프터스쿨 멤버 유이(24)는 연기자로 영역을 넓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아빠와 딸은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자리에 함께 선 적이 없었다. 김 감독은 딸과 함께 노출되는 것을 꺼렸다. ‘혹시나 딸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면 어떡하나‘라는 노파심 때문이었다. 함께하는 첫 인터뷰. 아빠의 걱정과는 달리 딸은 프로였다. 아빠를 위해 코디를 자청했다. 인터뷰 요령까지 알려줬다. 그런 딸의 모습을 보는 김 감독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겉으로 표시 안하는 ‘딸바보’ 김 감독

김 감독은 ‘유이아빠’라는 수식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즐겨 말한다. 올해 넥센 1군 수석코치를 맡았던 그는 9월 감독대행이 됐다. 당시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유이아빠’ 감독됐다”는 제목의 기사가 메인이었다. 김 감독은 “‘유이아빠’가 아니라 ‘김성갑’이다”라고 항변했다. 김 감독은 “팀을 책임지는 감독이 됐는데 경기를 지면 감독이 90% 이상을 책임지니까 딸 이름을 빼고 싶었어요. 솔직히 딸 자랑도 하고 싶은데 100이 있으면 90은 말 못해요. 유이는 가슴 안에 있죠.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자식이 잘 되는 게 최고잖아요. 사실 딸 덕분에 경기장 안에서 더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딸 본명이 유진인데 주변 사람들이 유진이 덕에 제 표정이 달라졌다고 하더라고요”라며 마음속에 간직했던 말을 꺼내놓았다.

유이는 “아빠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걸 처음 들어요. 쑥스러우니까 내 딸이 누구고 그런 얘기 안 하신다고 생각했어요. 사인요청도 ‘딸, 이거 몇 장만 할까’라고 조심스럽게 하세요. 아빠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됐구나’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아빠, 내가 도와줄게요!’ 유이(왼쪽)가 카메라 촬영 도중 아버지의 메이크업을 직접 고쳐주고 있다. 김민성 기자
‘아빠, 내가 도와줄게요!’ 유이(왼쪽)가 카메라 촬영 도중 아버지의 메이크업을 직접 고쳐주고 있다. 김민성 기자


○프로 VS 프로

아빠와 딸은 각기 활동하는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프로다. 역시 피는 진했다. 두 사람은 확고한 프로의식을 갖고 있다. 집 안에 마련된 운동기구를 활용하며 자기 관리를 하는 모습이 똑같다. 시간관념이 철저한 것도 비슷하다. 김 감독은 선수시절을 포함해 운동시간에 한번도 늦어본 적이 없다. 유이도 스케줄 소화를 위해 출발하기로 정한 시간 30분전에 모든 준비를 마친다.

프로들의 약속이 딱 한번 어긋나기도 했다. 시구를 약속했던 유이가 교통체증으로 늦었다. 2010년 5월의 일이었다. 김 감독은 전화로 “어차피 늦었으니 돌아가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유이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서운함이 아니었다. 아빠와 딸의 꿈이었던 공동 시구 계획이 어긋났고, 아빠의 목소리에서 딸이 서두르다 혹시 안 좋은 일이 생길까 걱정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힌 유이는 “그 때 너무 죄송했다. 5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애프터스쿨 유이(왼쪽)가 아버지인 넥센 김성갑 2군감독에게 음식을 먹여주고 있다. 김민성 기자
애프터스쿨 유이(왼쪽)가 아버지인 넥센 김성갑 2군감독에게 음식을 먹여주고 있다. 김민성 기자


○소박한 행복 꿈꾸는 아빠와 딸

김 감독과 유이는 2년 전부터 한 지붕 아래서 살고 있다. 유이가 연습생을 거쳐 연예계에 데뷔한 탓에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다. 김 감독도 지도자 생활을 쉰 적이 없어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딸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자기 관리를 잘 할 것으로 확신한다. 힘든 연예계 진출을 한다고 했을 때 유이에 대한 믿음이 있어 김 감독은 흔쾌히 허락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간혹 방송 관계자들과 만나면 딸에 대한 이야기를 묻는다. 자주 연락을 하지만 딸이 잘 하는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김 감독은 “카메라 감독님들이나 피디 분들께 가끔 물어보는데 유이가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시더라. 자기 관리도 잘 해 이대로만 쭉 갔으면 한다”고 만족했다.

그러나 공인의 생활이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 감독은 응원의 문자로 딸을 챙긴다.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다보니 말보다는 글이 편한 모양이다. 유이도 아빠의 정성이 담긴 문자 응원 덕분에 힘을 내게 된다고 했다. 간혹 지인들에게 아빠의 문자를 보여주며 자랑도 한단다.

김 감독은 “화려한 생활을 해본 적도 없고, 그런 개념도 없다. 지금 모든 가족이 한 집에 모여살고 있는 소박한 생활이 그저 행복할 뿐”이라며 웃었다. 유이도 “아빠가 즐기실 때까지 야구를 잘 하셨으면 좋겠고, 지금처럼 가족이 오순도순 잘 사는 게 내 꿈이다. 가족 모두가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고 아빠의 손을 꽉 잡았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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