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팀 부름에 “다시한번 해 보자” 오기 발동 성장 목표인 부산의 현실도 윤감독 플랜과 딱! “아시아 무대 다시 도전” 단판의 승부사 본색
부산 아이파크 신임 사령탑 윤성효 감독의 목표는 하나다. 토너먼트 대회의 강자답게 2013시즌 FA컵 타이틀 획득이다.
1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 직후 스포츠동아와 별도의 자리를 가진 윤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고 싶다. FA컵을 우승하든, K리그에서 3위권 진입을 하든 다시 아시아 무대에 도전 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 윤 감독은 숭실대 시절부터 단판 승부에 유독 강했다.
수원삼성 시절을 실패로 보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2010년 FA컵 정상을 밟은 뒤 작년에는 준우승을 했다. 성남과 결승전에서 나온 오심에 가까운 실점 인정이 아니었다면 결과는 모를 뻔 했다. 여기에 챔스리그에서도 4강에 진입해 나름 좋은 성과를 냈다. 정규리그에서도 한 때 꼴찌로 추락했던 팀을 추슬러 중위권까지 도약시킨 것 역시 윤 감독의 노력 덕분이다.
“주변에서는 올 시즌 수원이 실패했다고 여기지만 난 다르다. 주어진 여건 속에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수원을 ‘준 대표팀’이라 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았다. 수원이 늘 풍족했던 건 아니었다. 원하는 선수들을 마음 놓고 데려올 수 있는 환경 역시 아니었다.”
○ 프로 지도자 은퇴까지 염두에 뒀지만…
윤 감독은 늘 마음의 준비를 했다. 2012시즌 내내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수원 팬들이 기대이하의 성적에 맹비난을 퍼붓고 경질을 요구했을 땐 너무 힘들어 구단과 거취를 놓고 상의했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그의 물음에 수원 구단은 “계약기간까지 무조건 간다. 계속 노력해 달라”는 답변을 했다.
그렇게 말 많고 탈 많던 지난 시즌이 끝나고 잔여임기 6개월을 놓고 ‘더 이상 수원과 함께 할 수 없다’는 풍문이 흘렀을 때도 그는 오히려 담담했다.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윤 감독은 프로팀에 되돌아가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신 삼성이 스폰서를 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에서 유소년 클럽 시스템을 연구한 뒤 유소년 축구 관련 업무를 하려 했다.
“프로 감독은 절대 하지 않으려 했다. 나에 대한 비난은 참을 수 있지만 가족들까지 욕을 퍼붓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지도자에 환멸을 잠시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윤 감독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고향 팀의 부름을 거절할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해보자는 오기도 생겼다. 성적과 선수 육성까지 두루 신경써야 하는 수원보다 성장이란 한 가지 뚜렷한 목표에 초점을 둔 부산은 성공적인 대학 지도자로 명성을 떨친 그에게 잘 어울리는 옷이었다.
“대학 시절 선수들의 성장을 보며 많은 보람을 느꼈다. 부산이 (수원보다) 멤버 구성은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면 수원 때보다 인정받는 지도자가 될 수 있지 않겠나. 우승이 어렵다고 해도 또 못하란 법도 없다. 또 익숙한 경상도 사투리로 마음껏 지도할 수 있으니 언어 장벽도 없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