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등번호 ‘99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99번’은 팀의 에이스 류현진(25)의 등번호였지만, 그가 LA 다저스로 떠나면서 주인을 잃게 됐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18일 “99번을 임시결번 시키는 게 맞을지, 아니면 후배들에게 대물림하는 게 더 의미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류현진이 7년간 우리 팀을 위해 뛴 공로가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원래 90번대는 코칭스태프가 다는 번호였다. 류현진도 입단(2005년 말) 당시 구대성이 사용했던 15번을 달았다가, 이듬해 구대성이 미국무대(뉴욕 메츠)에서 복귀하면서 남은 번호 중 99번을 선택했다. 그러나 지금은 프로 첫 해부터 ‘괴물본능’을 발휘한 류현진 덕분에 의미 있는 숫자가 됐다. 한화 관계자는 “초중고 야구 꿈나무들이 ‘99번’을 서로 달고 싶어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한화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연도(1999년)의 ‘99’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는데, 이 모든 게 류현진 때문 아니겠나. 그래서 더욱 고민된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류현진의 99번을 ‘임시결번’으로 처리하거나 대물림하는, 두 가지 방법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실제 삼성은 이승엽(36·삼성)이 일본무대(지바 롯데)로 떠났을 때 ‘36번’을 ‘나중에 그가 다시 삼성으로 돌아왔을 때 돌려주기 위해’ 사실상 영구결번으로 지정한 바 있다. 류현진이 다저스와 계약해 메이저리그로 진출했지만 한국리그로 돌아올 때는 야구규약상 한화 소속이기 때문에 임시결번으로 정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대물림도 또 다른 방법이다. 한화 관계자는 “구대성 선수의 15번을 유창식이 달고 있고, 정민철 코치의 55번도 후배들에게 대물림되고 있다”며 “99번이 의미 있는 번호인 만큼 후배들이 달고 동기부여가 되게끔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