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차우찬(25)은 요즘 여기저기서 축하전화를 많이 받는다. 내년 3월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에 선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축하전화를 받을 때마다 “부끄럽습니다”는 말부터 꺼낸다. 올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0년과 2011년 2년 연속 10승 투수로 도약하며 ‘삼성 마운드의 미래’로 평가받던 차우찬은 실제로 올 시즌 개막전 선발투수로 낙점될 정도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더 잘 해보려고 투구폼을 개조하다 역효과가 나고 말았다. 6승7패2홀드, 방어율 6.02로 부진했다. 데뷔 후 상승곡선만 타다 처음 추락을 경험했다. 연봉도 처음 삭감됐다. 올해 1억7000만원에서 4000만원 깎였다.
연봉이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투구폼과 구위를 되찾아야 한다는 일념뿐이다. 차우찬은 시즌 후 지금까지 딱 하루만 쉬었다. 아시아시리즈가 끝나자마자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훈련까지 참가했고, 11월 29일 귀국했다. 그리고는 12월 1일부터 웨이트트레이닝에 몰두하고 있다.
그의 대표팀 발탁은 양상문·한용덕 투수코치의 강력한 추천으로 이뤄졌다. 류현진(LA 다저스), 김광현(SK), 봉중근(LG) 등 좌완투수가 대거 빠진 상황에서 차우찬이라면 선발과 중간으로 요긴하게 활용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구위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됐다.
“태어나서 한번도 국가대표를 못해봤어요.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던 태극마크인데, 솔직히 설레고 좋으면서도 올해 성적이 좋지 않아 부끄럽습니다. 내년 3월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준비를 잘 해야죠. 지금 근력이 많이 올라온 상태인데, 스프링캠프에서 일정한 투구폼과 구위를 꼭 찾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부끄럽다”는 말을 달고 사는 차우찬이 구위를 회복해 대표팀의 효자가 될지 궁금하다.